손 없는 날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천간과 지지를 정리하고, 십이운성까지 정리했습니다. 한달 여의 시간동안 꾸준히 하자는 마인드로 정리를 진행했는데, 나름대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생활 속 사주명리" 카테고리에 들어갈 컨텐츠를 하나 들고 왔습니다. 오늘의 주제인 '손 없는 날' 시작하기에 앞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손 없는 날" 포스팅 이후에 "청명", "한식"으로 이러지는 24절기 관련 포스팅을 이틀간에 걸쳐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일주론 정리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갑자일주부터 계해일주까지 60개의 일주별 성격과 특징에 대해 정리해 볼 생각인데요. 최대한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있던 거라 기대가 되기도하고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이제 오늘의 주제인 "손 없는 날"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손 없는 날


1. 손이란?

'손 없는 날'을 알기 위해선 먼저 '손(損)'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손은 민속신앙에서 말하는 정해진 방위와 날을 따라다니며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귀신을 말합니다.

손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 손님

 

과거 궁핍했던 시대에는 손님은 반가운 존재이면서도 부담스러운 존재였습니다. 때문에 공경하면서도 또한 멀리해야 할 대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불현듯 찾아오는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과거에는 천연두를 손님 또는 마마(媽媽)라고 불렀습니다.

 

우리에게 불현듯 찾아와 횡액을 끼치는 존재는 마치 손님과 같다고 보아 횡액이 손이 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나. 태백살

 

태백살은 인도의 불교 밀교의 경전인 『숙요경(宿曜經)』에서 유래한 살의 종류입니다. 이 살(煞)은 급살을 의미하기도 하며 인간사에 온갖 횡액을 끼치는 신을 의미합니다.

 

『숙요경』에 의하면 태백살은 황도 12궁 중 금성을 의미하는데, 일정한 곳에 머무르지 않으며, 각 방위를 돌아다니며 온갖 횡액을 뿌리고 다닙니다.

 

음력 1,2일에는 동쪽, 음력 3,4일에는 서쪽, 음력 6,7일에는 남쪽, 음력 7,8일에는 북쪽에 머물며 횡액과 숙살(肅煞)을 담당합니다.

 

태백살이 금성이라는 것과 숙살(肅煞)을 담당한다는 것에서 명리학과 접목되어 있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명리학에서는 가을, 금(金)의 기운을 숙살지기(肅煞之氣)라고 부르며, 차갑고 냉정한 기운이라고 봅니다.-

 

손 없는 날 방위도

 

다. 주역 손(損)괘

 

주역의 손(損)괘는 '바람'을 의미하는 괘입니다. '덜어낸다'는 뜻이 있으며, 괘상으로는 연못 바닥을 파서 그 흙을 산위에 보태어 높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층민의 수탈을 통한 상류층의 풍요를 의미하기에 전체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의미하는 괘입니다.

 

이 손(損)괘의 해석이 민간에 퍼져, "바람이 분다. ","손실이 있다."가 손의 부정성과 통하게 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2. 손 없는 날

손의 유래에 대해 여러가지 근거가 있지만 결국 민간신앙에서 손은 부정적인 의미, 피해야 할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손님신", "손각시", "손돌바람"이라는 이름으로 변형되어 온갖 부정적인 의미의 여러 측면으로 사용되었고, 금기시 하였습니다.

 

손을 방위 및 날짜와 연결하여 손이 있는 날짜에는 해당 방위로 일체의 행위를 금기시하였습니다. "여행, 군대의 공격, 승선, 집의 수리, 장례, 이사, 혼인, 입택, 우물파기, 수렵, 벌목" 등의 행위를 삼갔습니다. 결국 인간사의 중요한 모든 행동을 금기시 한 것입니다.

 

이 손은 해와 달에 관계없이 방위에 따라 움직입니다. 음력 1, 2, 11, 12, 21, 22일에는 동쪽으로, 음력 3, 4, 13, 14, 23, 24일에는 서쪽으로, 음력 5, 6, 15, 16, 25, 26일에는 남쪽으로, 음력 7, 8, 17, 18, 27, 28일에는 북쪽에 머무르며 온갖 횡액을 뿌립니다. 음력 9, 10, 19, 20, 29, 30일은 손이 중앙 혹은 하늘에 위치하기에 횡액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조선 중기 승려 영관(靈觀)의 저서인 『잡록』에서는 일상생활의 가장 무서운 살이 태백살(=손)이라고 지적하며 몇 가지 실례를 들고 있습니다.

 

"신라 때 한 관리가 아버지의 제사를 드리러 동쪽으로 갔다가 도적을 만났는데, 그 날짜가 3월 초이틀이었다."는 이야기

"고려 때 부인의 만류를 무시하고 배를 탔다가 배가 뒤집혀 고생을 했다." 이야기 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예시들을 들고 있는데 모두 해당 날짜에 해당 방위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3. 결론 : 손 없는 날 = 미신

손 없는 날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민간신앙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사, 결혼 등 중대사를 앞두고 '손없는 날'인 음력 9, 10, 19, 20, 29, 30일을 골라서 날을 잡는 사람이 아직도 정말 많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도 이사와 손없는날과 관련한 수많은 글이 있으며, 심지어 여러 달력에서도 손없는 날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국내 최대의 포털인 네이버에서도 손없는 날이 표시된 달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 없는 날 달력, 파란색으로 표시된 날이 손 없는 날이다.

 

하지만 손 없는 날은 무속신앙에서 비롯한 미신으로 여러가지를 고려해 봐도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택일서의 고전인 『협기변방서』에서도 인도의 달력과 중국의 달력 체계(보름과 초하루를 산정하는 방식 등)가 서로 다르므로 태백살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손 없는 날이 음력이라는 것 또한 그 근거를 희박하게 만듭니다. 태백살을 손 없는 날의 원인으로 친다면, 태백살은 금성과 관련된 살입니다. 금성의 운행과 지구에서 보는 달의 차고 기움이 같은 주기로 정확히 맞아 떨어져야 음력을 손 없는 날의 기준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명리학에서는 천체의 운행에 따라 사람에게 다른 기운이 부여된다고 보아 천체의 운행을 가장 잘 반영한 절기력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더라도 금성의 주기와 달의 주기가 정확히 일치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음력 1, 2일에 동쪽에 손님(태백살)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더라도, 동쪽의 기준이 어디인지? 가 애매합니다. 한반도 지도에서의 동쪽인지, 개인의 집의 방위 기준인지, 개인이 서있는 곳의 기준인지가 애매합니다. 집을 기준으로 항구는 동쪽에 있는데 출항은 남쪽으로 한다면? 동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바꾼다면? 동남쪽이라면?

 

개인의 기운과 일의 성격과 가치가 다를 것인데 10일 중 8일은 모든 사람에게 횡액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조악하고 어설픈 구석입니다. 실력 없는 점술가와 무당들이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죠. 일단 부정적으로 말하고 나서 안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식입니다.

 

정말 조악하지만 이렇듯 횡액의 범주를 어설프고 광범위하게 설정하면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네 삶에 들이닥친 불행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 네 잘못이 아니야. 어제가 1일인데 네가 동쪽으로 가서 손이 심술을 부린거야. 손 때문이야."

 

이렇게 잘못을 "손" 탓으로 돌림으로써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 수 있습니다. "손"의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하면 이것이 불가능하니까 기준을 어설프게 잡고 불행이 닥쳤을 때 위로하는 것, 이것이 민간신앙의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손 없는 날'을 대할 때, 민간신앙의 하나의 지혜로 봐야지 이것을 곧이곧대로 믿고 맹신하면 안되겠습니다. 이사 날짜, 결혼 날짜 등 중요한 날을 잡을 때 당사자가 편한 날짜로 잡으면 됩니다. 그리고 진지하고 신성한 자세로 임에 임하면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을 잘 치러보기 위해 민간신앙에라도 의지하려는 노파심 어린 마음은 이해하지만 '손 없는 날'이라는 신화에 빠져 일을 치르는 당사자들의 마음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라도 오히려 "손 없는 날"은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손 없는 날'이 이사건, 결혼이건 훨씬 비싼법이니까요.

 

그래도 "손 없는 날"을 우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한번 말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예전에 귀족들은 점사를 두어 주역점을 치고 명리학적 방법으로 택일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서민들도 귀족들을 따라 근거없는 이론으로 나름의 택일을 하였다. 그 서민들의 이론이 바로 아주 조악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손 없는 날'이다." 라구요.

 

미신은 나에게 도움이 될 때만 적당히 믿읍시다.  끝!

 

 

<<참고자료>>

 

『춘하추동 신사주학 春』 박청화

『사주명리학 초보탈출』 김동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손","손괘"

『한국민속신앙사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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