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타기
- 사주명리학/생활 속 사주명리
- 2020. 9. 11.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오늘은 "리듬타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무협 영화속의 고수들을 보면, 힘을 뺄 때 빼고, 줄 때 줍니다.
줄 때와 뺄 때의 타이밍을 잘 알기 때문에 아주 적은 힘으로도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력이 영글지 않은 사람들은 무조건 마구마구 힘을 쓰다가 지레 나자빠지고,
몸에 탈이 나기 일쑤입니다. 휘드르는 칼에 자신이 다치는 경우도 생기죠.
비단 영화속의 장면 뿐 아니라,
이는 우리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발견되는 이치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노련해 진다는 것은 결국,
치고 빠질 때,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잘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운전을 할 때도, 처음 운전을 배우는 시기인 20대 때는 무조건 빨리 달리는 질주형의 운전을 합니다. 누가 나를 추월하면 참을 수가 없죠.
하지만, 30대 40대가 되면서 점점 더 도로의 상황에 맞는 그리고 동승자를 배려하는 운전을 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30대 40대들이 달리질 못해서 안달리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달릴 수 있지만, 안달리는 것, 그것이 더 높은 경지에 올랐다는 반증이며,
점점 노련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최고의 강연자가 엑센트와 억양을 조절하고 농담을 적재적소에 넣고 빼는 것,
마운드에 선 투수가 완급을 조절하는 것,
재즈 연주자들이 상황에 맞춰 박자를 늘리고 조이는 것,
육체노동을 하는 분들이 역시 짐 하나를 들 때,
목수가 연장을 사용할 때,
심지어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까지.
"오랫동안", "자주", 그리고 "직업적"으로 "많이" 어떤 일을 반복해서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알게됩니다.
방금 이 문장에서 제일 중요한 단어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제가 따옴표를 많이 쳐놨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단어는 따옴표 안에 있지 않습니다.
제일 중요한 단어는 바로,
반복이라는 단어입니다.
똑같은 행위를 여러번 반복하게 되면, 우리몸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똑같은 행위를 여러번 하게 되면,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낯선 길을 갈 때는 주위의 모든 사물이 눈에 들어오지만, 익숙한 길은 풍경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낯선 길을 갈 때 새로운 정보가 많이 처리되니 심리적으로 더 멀게 느껴집니다.
우리의 뇌는 정말 낭비를 싫어하기 때문에 같은 정보가 두번 이상 들어오면, 그냥 패싱해 버립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뇌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잘 받아들이지만, 익숙하고 식상한 정보는 그냥 흘러보냅니다.
그런데, 자꾸 패싱해 버리는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의 뇌는 매일처럼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정보만을 위한 하나의 경로를 새겨버립니다.
지루하고도 영속적인 이런 정보만을 위한 고유의 처리 패턴(뉴런과 뉴런의 사이의 신호전달)을 고착화시켜버리는 것입니다.
뇌에서 일어난 이런 고착화는 리듬을 만들어 내게 되고, 우리의 뇌는 우리의 몸과 분리되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호흡하기 때문에(실제로 몸 전체가 뇌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몸 전체가 정보처리 패턴을 저장하게 되고, 그것이 곧 나의 리듬이 됩니다.
결국 반복이 제일 중요하고, 그 반복을 통해 리듬이 형성된다는 말을 하기 위해
먼길을 돌아왔는데요.
그래서 결국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는 것은
사실
일종의 리듬을 타는 행위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의 마스터들은 스스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 내고, 그 리듬을 타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합니다.
리듬을 타는 행위가 멋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는 효율을 위해, 기능을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뇌가 최대의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 그 리듬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요리사의 예를 들어보면,
요리의 고수들은 최소한의 동선으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냅니다. 수십년의 반복을 통해 최고로 효율적인 리듬이 만들어 진 것입니다.
그들의 그 리듬은 장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몸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낯선 주방에서, 낯선 조리기구를 가지고, 낯선 식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익힌 것은 단편적인 손재주가 아닌 리듬이자 어떤 패턴인데, 그 리듬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고, 모든 낯선 걸들을 다 받아서 자기 것으로 금세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분야의 고수들은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현상이 아닌 본질에 다가선 것입니다.
본질을 꽉 쥐고 있으니 모든 다양한 현상을 전부다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본질 = 리듬
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본질이 형식과 내용이 일체화 된 경지로 봅니다.
형식과 내용이 일체되면 가장 본질적인 상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서 최소한의 형식만이 존재할 때 가장 본질적이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0명을 죽이는데, 1000번 칼을 휘두르는 무사 A
10명을 죽이는데, 10번만 칼을 휘두르는 무사 B
본인이 살아남았다면 두 무사 모두 훌륭한 무사입니다.
하지만
어떤 무사가 더 본질적입니까.
무사 B의 행위야말로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룬 경지이며,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완전히 효율적인
그리고
본질적인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 무사의 칼춤은 일정한 리듬 안에서 움직이며,
그 움직임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결국 어떤 일을 하며 그 일에 있어 장인이 되는 과정은,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일이자,
효율성을 추구하는 일이자,
최고의 리듬을 만들어 내는 일이자,
본질에 다가서는 일이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숙련자, 리듬, 본질"을 엮어서 이야기를 해보았는데요.
결국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 내고, 그 리듬 안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향유하며 본질적으로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 형식과 내용이 조화된 효율적이면서도 낭비없는 단순한 삶을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의 숙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이 숙제 앞에서
우리는 조금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데요.
바로 사주명리가 바로
반복, 주기, 리듬의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사주명리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 행성의 운행을 바탕으로 탄생된 철학입니다.
태양계의 주기를 바탕으로 달력을 만들고, 그 달력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바로 만세력이며, 그 만세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이해하려 한 것이 사주명리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사주명리의 모든 것은 사실 주기와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이것은 일종의 주파수로도 보고 있는데요.
연주에는 연주의 리듬이 있고, 월주에는 월주의 리듬이, 천간의 리듬, 지지의 리듬, 대운의 리듬, 세운의 리듬이 복합적으로 꼬여서 작용하는 것이 한 사람의 사주팔자입니다.
수학의 좌표평면 위에 십여 개(팔자+대운+세운)의 주기 곡선을 그려놓고, 그 곡선들이 이뤄내는 의미와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 곧 사주간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내 삶의 리듬(주파수)이 상세하게 기록된 것이 내 사주원국이라면,
우리는 내 사주원국이 만들어 내는 리듬의 하모니를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답이 정해진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고단하고 지루합니다. 이른바 지천명에 이르는 과정인데 쉬울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자기만의 리듬에 점차 다가서는 그 과정 자체가 나를 사랑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불필요한 후회와 쓸모없는 염려들을 하나둘 떨쳐버리면서 차츰 나답게, 내 방식대로, 한발, 한발
내 리듬을 알아가며 나를 사랑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