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과 사주명리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오늘은 한글날을 맞이하여, 훈민정음과 사주명리라는 주제로 말씀을 올려보겠습니다. 

 

1. 한글의 위대함(과학적, 독창적, ○○적)

한글은 가장 진보한 문자이며, 세계 문자학에 가장 빛나는 자랑입니다. 그 위대함은 우리의 역사를 넘어서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한글의 위대함을 말하면서, 내세우는 근거는 바로 한글이 과학적(체계적)이며, 독창적이라는 점입니다.

 

현존하는 다른 모든 문자들은 우리가 쓰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자연발생적(오랜세월, 여러사람에 걸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체계를 갖기가 불가능했고, 따라서 문자학적으로 원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글은 당시 음성학의 대가였던 세종과 그 휘하의 엘리트 집단(왕자+집현전 학사)이 오랜 세월에 걸쳐 정교하게 만든 문자이기 때문에, 다른 자연발생적 문자와는 다르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밑바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의 제자과정 전반이 음성학적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이후, 그 원리가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 전세계 학자들이 감탄했던 것도, 한글의 과학성(체계성) 때문입니다. 

 

 

한글의 또다른 위대함은 한글의 독창성에 있습니다.

 

한글의 자음은, 놀랍게도 인간의 발음기관의 모양을 바탕으로 창제되었습니다. 

 

인간들은 "ㅁ(m)"이라는 자음을 발음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붙여야만 합니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닿지 않고 "코카콜라"는 발음할 수 있지만, "바보"는 발음할 수 없습니다.)

 

"ㅁ(m)"이라는 소리는 인간의 입술과 연관된 소리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종은 여기에 착안해서 (m)의 소리가 나는 글자를 입술의 모양을 본떠서 만듭니다. 인간의 입술모양을 그리고 직선화시키면 바로 "ㅁ"이 되는 것입니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글자의 모양을 만든다."

 

음성과 문자를 절묘하게 결합한 최고의 독창성이 바로 한글의 두번째 위대함입니다. 

 

여기까지가 많이 알려진 한글의 위대함, 우리가 한글날에 이른바 국뽕에 취해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 사실이 있습니다. 

 

한글은 바로 음양오행을 그 바탕에 두고 있는 문자라는 사실입니다.

 

사주명리의 본체이자 뿌리인 음양오행으로 이루어진 글자가 바로 한글입니다. 

 

그래서 한글의 위대함 세 번째 항목에 들어갈 말은 바로 철학적입니다.

 

그러면 어떤 근거로 한글이 음양오행에 그 바탕과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는지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오늘이 한글날이고 사주명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천천히 살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 한글에 반영된 음양오행

한글 사용설명서인 책 훈민정음은 국보70호로 지정된 우리의 위대한 유산입니다.

 

"훈민정음"이라는 책의 구성을 보면,

 

 

1. 어제 서문 - 임금의 서문
2. 예의(본문) - 각 글자의 소리를 간단하게 알려줌
3. 해례 - 한글의 창제 원리가 수록된, 훈민정음의 본체
4. 정인지 서문 - 정인지의 서문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가장 분량이 많은 부분이 바로 "해례"라는 부분입니다. 훈민정음은 실상 해례를 빼면 나머지는 자투리에 불가하기 때문에 국보로 지정된 책에 "해례"가 실려있다고 하여, 이 책을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부릅니다. 

 

한글의 역사는 이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과 후로 나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한글의 창제원리에 대해 알 수 없었습니다. 단지 추측만 할 뿐이었죠.

 

이 중요한

훈민정음 해례는 총 6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용자례

 

입니다.

 

항목을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글자를 만든 이치와 사용법을 아주 상세하게 적어놓은 것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입니다. 아주 체계적인 설명서죠.

 

그럼 이 중요한 해례본의 첫번째 항목, 제자해의 첫 부분을 직접 보시겠습니다. 

 

天地之道. 一陰陽五行而己.

(천지자연의 원리는 오직 음양오행 뿐이다.)

...

故人之聲音, 皆有陰陽之理, 顧人不察耳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도 다 음양의 이치가 있는 것인데 생각하건대 사람이 살피지 못할 뿐이다.)

 

한글은 과학적 체계적인 글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하다던 해례본 첫문장이 바로 음양오행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생략된 부분 뒤의 다음 문장을 보면, (생략된 부분은 태극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람의 소리도 모두 음양오행의 이치가 들어있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음양오행은 자연의 원리이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의 인체기관(한의학), 우리를 감도는 기운(사주학), 지형(풍수)에도 녹아들어 있지만 인간이 내는 발성에도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 한글을 창제한 세종의 기본 발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종은 단지 형식적으로 인간의 소리는 음양오행이 들어있다고 천명하고 나서 

글자를 만들때는 다른 방식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모든 글자를 만든 과정에 다 음양오행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해례본을 차분히 살펴보면, 그 내용의 70퍼센트 이상이 음양오행에 대한 설명입니다.)

 

몇 부분만 살펴보겠습니다. 

 

가. 자음의 제자에 대한 설명

 

목구멍은 입안 깊은 곳에 있고 젖어 있으니 水에 해당한다.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는 공허하게 통하여 물이 청명하게 흐르고 두루두루 통하는 것과 같으니 계절로는 겨울이요. 소리로는 羽(우) 소리가 난다. 


어금니는 서로 어긋나고 길어서 오행으로 보면 木에 해당한다. 어금니에서 나는 소리는 목구멍소리와 비슷해도 여물기 때문에 나무가 물에서 나되 그 형상이 있음과 같으니, 계절로는 봄이요. 소리로는 角(각) 소리가 난다. 


혀는 날카롭고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오행으로 보면 火에 해당한다. 혀에서 나는 소리가 구르고 날리는 것은 불의 이글거리며 활활 타오름과 같고, 계절로는 여름이요. 소리로는 徵(치) 소리가 난다.


이는 단단하고 다른 물건을 끊으니 오행으로 보면 金에 해당한다. 이에서 나는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는 것은, 쇠의 잔부스러기가 단련되어 이루어짐과 같고, 계절로는 가을이요. 소리로는 商(상) 소리가 난다.

입술은 모나고 다물어지니 오행으로 보면 土에 해당한다. 입술에서 나는 소리가 머금고 넓은 것은, 땅이 만물을 함축하여 넓고 큼과 같고, 계절로는 늦여름이요 음으로는 宮(궁) 소리가 난다. 

 

나. 모음의 제자에 대한 설명

 

" · "는 혀를 오그라지게 해서 조음하고 소리는 깊으니, 하늘이 子시에 열린 것과 마찬가지로 " · "자가 맨 먼저 생겨났다.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다.


"ㅡ"는 혀를 조금 오그라지게 해서 조음하고 소리는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땅이 丑(축)시에 열린 것과 마찬가지로 "ㅡ"자가 두 번째에 생겨났다. 모양이 평평함은 땅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ㅣ"는 혀가 오그라들지 않게 조음하고 소리가 얕으니 사람이 인(寅)시에 생겨남과 마찬가지로 "ㅣ"자가 세 번째로 생겨났다. 그 모양이 서 있는 꼴은 사람을 본뜬 것이다.

 

다. 자음의 가획에 대한 설명(ㄱ → ㅋ →ㄲ 을 가획이라 함)

 

ㄱ은 나무가 바탕을 이룬 것이요. ㅋ은 나무의 번성하게 자람이요. ㄲ은 나무가 나이 들어 씩씩하게 된 것이므로, 여기까지 모두 오행의 木에서 본뜬 것이다. 

 

라. 중세 국어의 성조(평성, 상성, 거성, 입성)에 대한 설명

 

평성은 편안하고 부드러워서 봄에 해당되어 만물이 천천히 피어나고, 상성은 부드럽고 높으니 여름에 해당되어 만물이 점점 무성해지고, 거성은 높고 씩씩하니 가을에 해당되어 만물이 무르익고, 입성은 빠르고 막히니 겨울에 해당되어 만물이 숨고 감추어짐과 같다.

 

이상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의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해례본을 보고 있으면, 이건 글자를 설명하는 설명서가 아니라, 음양오행 해설서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모든 것을 음양오행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세종을 비롯한 당시 엘리트들의 사유의 바탕이 음양오행이라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그들이 자연의 이치를 바탕으로 문자를 창조해 냈다는 것이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우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우리는

 

한글의 과학성(체계성)이 아니라, 

 

한글이 자연의 원리를 반영한 음양오행의 이치를 그대로 담아낸 문자라는 사실에서 울컥해야 합니다.

 

한글이 음양오행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바로 한글의 제일 위대한 우수성입니다.

 

 

3. 그들이 몰랐을까?

훈민정음 해례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이 부분을 몰랐을까요?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글을 위대한 문자로 홍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음양오행이라는 철학적 부분을 부각시키게 되면, 외국의 학자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 한글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됩니다. 

 

서양적 사고방식을 신봉하는 입장에서는

음양오행과 한글의 연관성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한글이 위대하다더니 결국 미신이었네."

"아 결국 세종도 별 수 없는 옛날사람이구나. 글자에 무슨 음양오행? 소가 웃겠네."

 

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글이 사실은 음양오행의 철학을 그대로 구현한 문자라는 사실에는 다들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한글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당혹스러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늘이 어쩌고 땅이 어쩌고 하는 부분은 당연히 스킵을 하고 학습을 진행했을 것입니다. 음양오행에 대한 부분은 성리학의 거추장스러운 부스러기 쯤으로 치부했던 것이죠.)

 

그리고 과학적인 부분, 체계적인 부분에만 중점을 두고 한글의 가치를 홍보합니다. "ㄱ"을 발음하는 엑스레이 촬영 사진을 보여주고, 한글의 자음이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고 극찬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런식으로 한글의 진정한 위대함이 그늘에 가려져 왔습니다.

 

 

4. 한글날 뭣하는 짓거리인가.

하지만 언젠가는 한글의 철학적 가치가, 음양오행의 놀라운 세계관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것입니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의 발견으로 수백년동안 감춰졌던 한글의 위대함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한글의 또다른 위대함도 그 베일을 벗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한글 연구자들이 음양오행의 사상과 철학, 사주명리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한글의 철학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는 한글의 본체에 대해 깊게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으로는 한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둘째, 언론의 역할입니다. 몇십 년간 한글날만 되면 언론과 정부부처에서는 "우리말 순화" 이벤트를 벌입니다. 한글날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우리말 순화 운동을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집니다.

 

말과 글은 엄연히 다르고, 한글날은 우리의 위대한 문자를 기리는 날입니다.

 

한글날은 한국어의 날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기회에 한글의 가치에 대해 깊게 학습하고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에 "우리말 순화" 운동이라뇨.

 

"외국어 쓰지 말기, 욕하지 말기, 줄임말 쓰지 말기 운동"과 한글날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낯선 외국말을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소리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의 장점입니다.

 

글자를 모르는 우매한 백성을 위해 쉬운 글자를 만든 것이 세종의 창제 의도인 것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한글날, '책 한권 읽기 운동'이나, '책 선물하기 운동'을 펼쳐야 하는 게 아닐까요?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문자를 만들어준 세종을 기리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책을 읽어서 우리 민족의 지적 수준을 높이는 것" 아닐까요?

 

<한글과 음양오행> 특별 방송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훈민정음 어제서문에 담긴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언론인이라면 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 사주를 가지고 세종대왕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일명 "세종 사주풀이"시간이 되겠습니다.

 

유명인 사주풀이는 결과론적인 풀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한글날이니만큼 대왕님의 사주를 한번 열어보겠습니다.

 

제가 임진일주 괴강의 기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기대와 두려움이 앞섭니다.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자료

 

「훈민정음 연구」 강신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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