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화백의 사주
- 사주명리학/생활 속 사주명리
- 2021. 8. 18.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오늘은 박수근 화백의 사주에 대해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1. 들어가며(박수근 미술관)
얼마 전에 강원도 양구에 다녀왔습니다.
관광 차 근처에 들렀다가 양구에 박수근 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박수근 미술관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군립 미술관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했는데,
규모가 크고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몇 시간 동안 머물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미술관 방문을 계기로 박수근 화백의 삶과 예술 세계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강원도를 방문하실 요량이라면,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에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처음에는 사주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그냥 단순한 마음으로 관람을 했는데,
다음과 같은 자료를 보고 눈이 번뜩했습니다.
첫번째 문단의 마지막 문장과, 두번째 문장의 마지막 문장을 보고 저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습니다.
'이렇다면, 박수근 화백의 사주를 안 볼 수가 없잖아...'
여러분도 사주와 관련한 뭔가가 머릿속에 스치셨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오행 화火입니다.
"정신적 추위"라는 단어와 "내 가슴은 벌써 五월의 태양이 작열합니다."라는 표현에서 저는 공통적으로 오행 화火를 떠올렸습니다.
또한 '태양'이라는 단어에서는 특히 丙(병화)가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면 실제로 박수근 화백의 사주에서 오행 화火가 큰 의미를 지니는지,
박수근 화백의 사주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박수근 화백과의 대화
<가상의 인터뷰 상황을 설정하였습니다. 대화 내용은 허구입니다.>
1957년 서울, 박수근 화백 나이 44세,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박수근 화백은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내와 말을 섞게 된다.
화백 : 그나저나 행색이 여기 사람이 아닌데..
낯선사람 : 저기 멀리서 왔습니다.
화백 : 어디 미국에서라도 오셨소?
낯선사람 : 원래는 올 수가 없는데 여러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서 잠시 왔습니다.
화백 : 거 뚱딴지 같은 소리! 술이나 계속 따라 보시오.
낯선사람 : 이미 많이 드셨으니 천천히 드시지요. 원래 술을 좋아하시던 분도 아니시잖아요.
<1957년, 박수근 화백은 큰 포부를 품고 국전에 작품을 출품하였으나 낙선하자 크게 비통하여 폭음을 하는 날이 잦아진다.>
화백 : 술을 산다고 해놓고, 천천히 마시라는 건 또 뭐요. 그나저나 거참 신통하네. 나를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구는구먼.
낯선사람 : 잘 알지요.
화백 : 대체 나를 어찌 안단 말이오. 뭔 무당이라도 되나? 아까부터 이상한 말이나 하고..
낯선사람 : 무당이 아니라, 철학 공부를 좀 하고 있습니다. 사주라고..
화백 : 사주? 그래서 아까부터 그 책을 끼고 있었구먼. 그래, 좋소, 사주가 양반, 내 사주는 어떻소. 살다보면은 내 가슴에 쌓인 그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겄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가난이라는 놈한테도 벗어날 수 있겄소?
낯선사람 :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사방이 칠흑같은 어둠이라면, 지구 반대편에 가서라도 태양을 찾아오는 것이 저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생년월일시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화백 : 거 말은 번지르르 잘 하는구먼. 일천구백십사년, 정월 이십팔일 이외다. 띠로 하자면 범띠지.
<박수근 화백의 생일은 인터넷에는 1914년 2월 21일로 나와있지만, 박수근 미술관에서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양력 2월 22일이 정확한 생일이다. 음력으로 하면 1월 28일이다. 시간은 확인할 수 없었다.>
낯선사람 : 갑인년, 병인월, 기묘일의 사주입니다.
화백 : 거, 좋은 사주요? 나쁜 사주요?
낯선사람 : 자, 이 그림을 보면서 말씀을 좀 드려보겠습니다. 사주 용어는 좀 아시는지요.
화백 : 얼마 전에 방 구석에 책이 하나 놓여있기래 봐 봤는데, 책 이름이 '안녕, 사주팔자'라나 뭐래나..워낙 잘 팔리는 책이라길래 조금 봐 보긴 했수다.
낯선사람 : 아마도 그 책은 '안녕, 사주팔자'가 아니라 '안녕, 사주명리'일 겁니다. 어쨌든 기본용어는 아신다니 사주에 대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이 사주에서 제일 특징적인 것은 바로 목기운이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지지를 장악한 목기운이 천간에 투출까지 하고 있으니 사주 전체가 목기운에 장악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간인 기토의 입장에서는 일지의 묘목도 부담스러운데, 월지까지 인목이 차지하고 있으니 관성의 무서운 기세를 두려워할만한 사주입니다.
만약 일간이 양간인 무토였다면, 어떤 식으로든 발산하는 방식으로 이 많은 관성을 풀어냈을 것입니다. (아마 정치를 한다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녔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사주는 일간이 음간, 즉 기토이기 때문에 이 관성의 압박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소화하려고 할 것입니다. 즉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정진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단련시키는 방식으로 강한 관성은 작용할 것입니다.
이렇게 관성이 강한 사주이기 때문에 이 사주의 포인트는 바로 월간의 병화에 있습니다. 월간의 병화는 과도한 사주의 목기운을 유통시켜 주고, 일간에게 그 기운을 전달해 주기 때문에 아주 핵심적인 기운이 됩니다.
또한 이 사주가 아름다운 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인 병화가 목기운의 중심에서 목기운을 잘 흡수하고 있고, 일간의 바로 옆에 위치한다는 점입니다.
사주의 주인은 이 병화를 믿고, 병화의 힘을 끌어내어 사용해야 하며, 과도한 책임감과 스트레스, 자책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화백 :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그 병화라는 것을 쓰라고 했는데, 병화가 도대체 뭐요? 병화를 쓰라는데 뭘 어떻게 쓰라는 말이요.
낯선사람 : 병화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시각적인 것, 표현하는 것,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백 : 거참 신기한 일이네. 내 직업이 화가요.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있소.
낯선사람 : 그렇다면 병화를 이미 아주 잘 쓰고 계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살길을 찾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화백 : 하지만 요즘에는 잘 모르겄소. 올해도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이 있었는데 국전에서 입상을 하지 못했으니까. 정말 공을 들인 작품이고 승산이 있다고 봤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낯선사람 : 근래의 운이 병화가 잠시 주춤하는 운이 들어와서 그럴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시면 큰소리로 욕을 하고 풀어내셔야 합니다. 마음속에 담아두시면 건강을 해치실 수 있습니다.
화백 : 글쎄, 누구 탓을 하고 욕을 한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지 않소. 사주가 양반 말대로 그림이 내 운명이라면, 더 파고들어야겠소. 더욱더 신실하게 나의 그림세계의 뿌리를 찾아야겠소이다. 순수의 세계로, 고향과, 어린이들의 그 곱디고운 마음으로...
낯선사람 : 꼭 그렇게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후대 사람들에게 널리 감동을 주실 것입니다.
화백 : 거, 빈말이래도 듣기 좋소...나,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소.... 아니! 방금 내 앞에 있던 사람이 어디갔지? 주인장? 나랑 이야기 하고 있던 그 사람 못 봤소? 못 봤다고? 내가 계속 잠들어 있었다고? 아니 이게 무슨....
3. 박수근 화백의 삶과 그림, 그리고 사주
박수근 화백의 삶과 그림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가. 자연에 대한 애정, 소박함, 일상의 평범성 - "나는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린아이의 이미지를 즐겨 그린다.”
나. 화가이자 독실한 기독교도 - "성경말씀을 생각하면서 늘 진실되게 살려고 애썼고,"
다. 화가로써 그리고 인간으로써 더욱 발전하려는 태도
라. 돈과는 인연이 먼 삶, 극도의 가난
마. 술로 인한 질병과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의 상실
"가"부터, "마"까지 정리해 보았는데 사주와 연관지어 말씀을 올려보겠습니다.
"가~다"는 모두 십신 인성과 관계된 내용입니다.
가. 인성은 어머니의 마음이며, 고향의 마음입니다. 품고 베풀고 인내하는 잔잔한 마음이 바로 인성의 마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수근 화백이 다룬 주제들의 소박함과 표현 방식의 투박함은 인성의 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용신인 월간 병화 인성이 작품의 화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봅니다.
나. 인성은 종교성입니다. 십신 중 종교와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이 인성입니다. 박수근 화백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실한 기독교도가 되었습니다. 사주적으로 보자면, 용신인 오행 화 인성을 향한 열망이 종교성의 발현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 끊임없는 자기 갱신의 욕망은 모든 예술가가 가져야 하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인성은 어머니의 마음이며 종교이기도 하지만 승화하려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저는 인성을 수양을 통한 자기 승화로 보고 있는데, 박수근 화백의 자기 갱신에 대한 끊없는 열정도 인성의 영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수근 화백의 사주는 관성이 아주 막강한 사주입니다. 이 강한 관성은 작가에게 부여되는 높은 목표의식, 인성은 그 목표를 넘기 위한 무한한 인내와 도전의 열망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관성이 많은 사주를 목표치가 높은 상황으로 본다면 식상은 목표를 깨부수는 활동, 인성은 목표를 극복하는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겁은 목표를 나눠갔는 활동이 되겠습니다.
라. (시주를 알 수 없지만) 사주에 재성이 없는 까닭입니다. 사주에 재성이 없는데 관성이 강한 경우, 운에서 재성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담스러운 관성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재성이 없고 관성이 강한 사주는 차라리 재성과 관계없이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수근 화백을 따라다닌 지긋지긋한 가난도 사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마. 대운을 살펴야 합니다.
병화가 용신인 상황입니다. 비겁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운의 흐름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시기는 바로 14세부터 30년간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신미대운, 임신대운으로 넘어가는데, 노년으로 갈수록 부침이 많다고 봅니다. 병화가 필요한 사주에서 대운에서의 금수의 기운이 병화에게는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44세 대운의 辛(신금)이 좋지 않은데, 이 辛(신금)이 丙(병화)를 붙잡아 불을 꺼뜨려 버립니다. 합의 용어로는 병신합 수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수근 화백은 51세를 일기로 운명하시는데, 결과론적인 해석이고 거친 해석이 될 수 있지만, 사주적으로는 신미대운의 기운이 좋지 않았던 까닭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말년에 한쪽 눈의 시력을 상실하셨다는 것에서 병신합의 작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력은 오행 화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말년에 술에 의지하셨다는 점도 특이할만 합니다. 사주에서는 술을 화로 보는데, 꺼져가는 오행 화를 살리기 위해 술을 가까이 하신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4. 나가며
태어난 시간을 알지 못하고,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 결과론적인 해석이 될 수 있지만,
박수근 화백의 사주에 대한 이야기를 드려보았습니다.
평생 가난에 시달리고, 큰 명예와는 거리가 멀었던 예술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거슬러서 박수근 화백을 만나는 상상까지 가미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과거로 가서 박수근 화백에게 담담한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그의 삶과 그림이 훨씬 더 의미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신미대운이 화백의 목숨은 앗아갔지만,
박수근 화백이 평생 가슴 속에 품고 살았던 그 丙(병화)는 우리들 곁에 남아 있습니다.
그가 남긴 그림, 위대한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그는 평생 천국을 찾아 헤맸지만, 실은 그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이 천국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여러분들의 丙(병화), 여러분들의 용신, 여러분들의 천국은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