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이란?

 

천간과 지지의 명확한 이해가 있다면, 사주 명리의 공부는 절반쯤 끝난 셈이 됩니다. 사주명리는 일종의 기호학인데, 그 기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자신의 사주와 남의 사주를 감명할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천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간지와 천간?

간지(干支)란 시간의 순환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 중국의 역법 단위입니다. 현대에는 시간은 앞에서 뒤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것처럼 받아들여지지만, 과거에는 동양에서는 시간을 순환하는 개념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지구가 자전, 공전하듯 시간도 돌고 세상 모든 만물이 돌고 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한 인식이었습니다. 계속 돌고 도는 시간의 개념을 60개의 단위로 구분하였고 그것의 기호가 바로 간지인 것입니다. 갑자년이 지나고 59년뒤에 또다시 갑자년이 오는 식으로 말이죠.

이 간지는 간과 지, 즉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나누어 지는데 하늘의 기운을 나타내는 단어를 천간(天干)이라 합니다.

반대로 땅의 작용을 나타내는 단어를 지지(地支)라고 하며, 하늘의 기운과 땅의 작용을 합하여 간지(干支,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고 부릅니다.

 

2. 간지의 활용

이 간지(干支)들의 조합을 가지고 인간의 성향을 분석하고 운명을 점치는 것이 역학(명리학)의 기본입니다. 철학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시간의 순환 속에 선 인간 존재를 파악하려는 작업이었던 것입니다.

간지는 일종의 명리학의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간지중, 하늘의 기운에 해당하는 천간은 10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십천간(十天干)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반대로 지지는 십이지(十二支)라는 말이 통용됩니다. 십이지라는 개념은 동물과도 연관되어 어린이 만화나 게임에도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개념입니다.

 

3. 천간을 이루는 요소

천간을 이루는 10개의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신문이나 시험문제에서 숱하게 보아 익숙하실 것이고, 좀 젊으신 분들은 갑을병정이라는 단어를 보면, '갑질'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천간의 10개의 글자는 예로부터 순서를 나타낼 때 숫자 대신 쓰였으며, 근래에는 운전면허 시험의 선택지, 법조문에 등장하는 인물, 국회의원 지역구 구분, 익명이나 가상의 인물을 표기할 때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럼 천간 각 글자의 깊은 이해을 위해 간단히 음양오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4. 음양오행과 간지

오랜 세월, 계절의 흐름과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던 선인들은 결국 만물은 음양의 상호작용(=태극)과 오행의 운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치를 발견했습니다. 자연 현상에서 하나의 인문학적 이치를 이끌어 낸 것이고, 이것이 바로,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입니다.

이 비유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무지개의 색깔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인간이 자의적으로 구분하여 '빨주노초파남보'라는 이름을 붙인 것과 같습니다. 음양오행 사상도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인간의 틀로 사로잡아 이해하려는 노력인 것이지요.

옛 선인들은 자연을 오랫동안 관찰하여 얻어낸 음양오행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모든 자연 현상과 사물,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연 앞에 무릎을 꿇었던 인간이 비로소, 인간의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거기에 대응하게 된 것입니다. 비로서 철학이 태동하였던 것입니다.

음양오행은 곧 일상생활에 적용되는데, 음양오행으로 지형을 이해하려는 학문이 풍수지리, 음양오행으로 인체를 이해하려는 학문이 한의학, 음양오행으로 인간의 운명을 이해하려는 학문이 바로 명리학인 것입니다.

음양오행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 했습니다. 음양오행이 우리 조상들의 사고체계의 근원(=철학)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공화정과 민주주의를 철학으로 삼고 나라를 운영하고 집단 사고체계를 다듬어 나가는 것처럼 과거에는 모든 인간사, 사회현상, 문화에 음양오행 사상을 적용했습니다. 심지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때도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글을 창제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의 첫 구절을 보면 한글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옵니다. 덧붙이자면 한글의 모음에는 음양의 이치가, 한글 자음의 기본자에는 오행의 이치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 또한 해례본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나중에 한글과 음양오행에 대해 포스팅 할 생각입니다.>>

음양오행 이야기가 나온 김에 계절과 음양오행과의 관계를 아주 간단히 정리하면,

'봄, 여름'은 양(陽),

'가을, 겨울'은 음(陰)입니다.

오행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인데,

'봄'은 목(木)

'여름'은 화(火)

여름에서 가을의 사이는 토(土)

'가을'은 금(金)

'겨울'은 수(水)에

 

해당합니다.

 

선인들은 점을 치기 위해, 음양오행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역술가와 점쟁이들을 위한 알파벳인 간지를 만들어냅니다. 즉, 자연현상, 우주의 질서(계절의 변화)를 반영한 음양오행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다시금 정리하여 문자화 시키것이 바로 간지(干支)의 개념인 것입니다.

따라서 간지에는 당연히 음양오행과 자연현상(계절)이라는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간지의 어머니가 음양오행이고, 간지의 할머니가 자연현상(계절)인 셈이니까요.

 

많은 명리학자들이 더 깊은 공부를 위해 음양오행을 연구하고, 더 깊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 자연현상을 몸소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천간 각 글자에 들어있는 음양오행과 계절을 알아보겠습니다.

 

 

 

 

5. 천간 각 글자의 자세한 이해

처음인 갑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갑(甲)

甲(갑)은 음양으로는 양(陽), 오행으로는 木(목)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초봄'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갑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甲(갑)을 "갑목"이라 부릅니다.

甲→ 갑 + 나무(木)의 성질 = "갑목"

을(乙)

乙(을)은 음양으로는 음(陰), 오행으로는 木(목)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완연한 봄'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을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乙(을)을 "을목"이라 부릅니다.

乙→ 을 + 나무(木)의 성질 = "을목"

병(丙)

丙(병)은 음양으로는 양(陽), 오행으로는 火(화)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초여름'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병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丙(병)을 "병화"라 부릅니다.

丙→ 병 + 불(火)의 성질 = "병화"

정(丁)

丁(정)은 음양으로는 음(陰), 오행으로는 火(화)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완연한 여름'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정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丁(정)을 "정화"라 부릅니다.

丁→ 정 + 불(火)의 성질 = "정화"

무(戊)

戊(무)는 음양으로는 양(陽), 오행으로는 토(土)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끝나가는 여름'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무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戊(무)를 "무토"라 부릅니다.

戊→ 무 + 토(土)의 성질 = "무토"

기(己)

己(기)는 음양으로는 음(陰), 오행으로는 토(土)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시작되는 가을'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기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己(기) "기토"라 부릅니다.

己→ 기 + 토(土)의 성질 = "기토"

경(庚)

庚(경)은 음양으로는 양(陽), 오행으로는 金(금)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초가을'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경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庚(경)을 "경금"이라 부릅니다.

庚→ 경 + 金(금)의 성질 = "경금"

신(辛)

辛(신)은 음양으로는 음(陰), 오행으로는 金(금)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늦가을'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신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辛(신)을 "신금"이라 부릅니다.

辛→ 신 + 金(금)의 성질 = "신금"

임(壬)

壬(임)은 음양으로는 양(陽), 오행으로는 水(수)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초겨울'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임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壬(임)을 "임수"라 부릅니다.

壬→ 임 + 水(수)의 성질 = "임수"

계(癸)

癸(계)는 음양으로는 음(陰), 오행으로는 水(수)에 해당합니다.

자연 현상인 계절로 보자면 '늦겨울'에 해당합니다.

명리학에서는 계의 이런 속성을 감안하여 癸(계)를 "계수"라 부릅니다.

癸→ 계 + 水(수)의 성질 = "계수"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6. 사주해석에서 천간의 의미

그럼 이제 구체적으로 천간이 사주 해석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골고루 받아 그것을 근간으로 살아갑니다. 땅을 디디지 않고 하늘을 붕붕 떠다니며 다니는 인간도 없고, 두더지처럼 땅속에 매몰된 상황 속에서만 사는 인간도 없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땅을 디디고 서서, 하늘 아래서 날씨와 기온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하늘과 땅, 천간과 지지에 의미를 부여해 보면

 

천간은 - 추상성  vs  지지는 - 구체성입니다.

 

계속 나열하면,

 

이상 vs 현실

미국의 회의 상원 vs 하원

구청의 구청장 vs 구청의 실무자

명령 vs 수행

이론 vs 실전

생각 vs 실천

사무 vs 실무

욕망 vs 조건

 

에 해당합니다.

천간만을 가져와 보면 천간의 10간지가 의미하는 바는

 

추상성, 이상, 상원, 구청장, 명령, 이론, 생각, 사무, 욕망

 

입니다.

천간은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닌 강하지만 공허하고 순수한 힘입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넓고 광활하고 순수하고 무한한 것이 바로 천간이 의미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사주 해석을 할때 천간을 어떤 방향으로 향해가려는 동력과 기운으로 해석합니다.

어떤 역술인들은 천간을 중요하게 보지 않고 지지 위주로 사주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부산의 박청화 원장은 지지만 보고도 그 사람의 인생을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만큼 천간은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기운이기에, 현실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봐서입니다.

천간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조목조목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기운이기 때문에 한 인간의 궁극적 방향성과 근본적인 성향, 전체적인 전략을 유추하는 근거로 쓰입니다.

 

여기까지 천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글이 꽤 길었는데, 사주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거나 관심을 조금 가져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당부하자면 여기에 있는 내용을 전부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재미로 읽고 넘기면 되겠습니다. 외우려는 순간 어려워지고 어려워지면 포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지는 천간 한글자 한글자의 의미를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천간과 지지에 대해 접근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사주명리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긴 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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