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설렘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처음에 다른 사람의 사주를 봐줄 때 

 

드는 감정입니다. 

 

두렵고, 설렙니다. 

 

왜 두렵냐?

 

"엥? 사주 하나도 안 맞잖아!"

 

"너, 공부 했다면서 허당이네.."

 

이런 말을 들을까봐 두렵습니다. 

 

식상생재가 어쩌고, 재극인이 어쩌고 하면서

 

일반적인 사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은데, (오히려 재밌죠)

 

막상 개인의 사주를 보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주팔자를 눈앞에 두고 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당황합니다. 

 

의뢰를 한 지인이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면, 더욱 곤궁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잘 모르겠는데, 어떤 말이라도 해야하니 말이죠.

 

그래서, 도화살이니 역마살이니 천을귀인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얼버무리고 나서 혼자서 생각합니다.

 

"나는 그냥 취미로 해야겠다.."

 

 

 

그런데 마냥 곤혹스러운 상황만 닥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너 신기있어?"

 

"돗자리 펴도 되겠네" 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몇 마디 던지지 않았는데,

 

상대가 감동하고, 고마워하고, 

 

"사주는 과학이라더니, 맞긴 맞구나.... 그래서 나 언제 결혼한대?"

 

하는 말까지 듣습니다. 

 

내가 사주의 위상을 드높인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상황이 사주를 공부하는 초심자들에게만 일어날까요?

 

아닙니다.

 

사주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누구나 두렵고도 설렙니다.

 

 

내가 익히지 않은 사주, 

낯선 사주,

내담자의 결과 맞지 않는 사주가,

 

눈앞에 등장할까봐 노심초사합니다.

 

두렵고,

무섭습니다.

 

그래서 방어막을 칩니다.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하고,

수염을 기르고,

이상한 옷을 입고,

온갖 장식물로 상담소를 꾸미고,

무섭고 기괴한 물건들을 주변에 배치하고,

이상한 말투를 쓰고,

윽박지르고,

마치 속세를 벗어난 사람인것 처럼 괴상하게 굽니다.

 

원래 쫄리는 사람이 오바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일련의 아이템들로 인해,

도사인 척, 신령한 척 하는 연기를 통해,

몇십만원짜리 장식물들이 부여해주는 증강 효과로

 

본인의 두려움을 제거하고 나면,

 

멋지고 완벽한 점쟁이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설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주팔자 여덟글자가 발휘하는 미묘한 가능성의 영역이 닫혀 버립니다. 

 

스스로 즐기지를 못합니다. 

 

맹수의 발톱을 제거해 버리니,

강아지를 기르는 것과 차이가 없어져 버린 셈입니다.

 

 

여덟글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숨어있는지,

여덟글자가 우리 삶의 의미를 얼마나 진중하게 반영하는지 잘 알면서,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아는 척하고,

의연한 척하며,

 

하루를 보낸다면,

 

그 설레지 않는 하루는 얼마나 의미없고, 시시하겠습니까.

 

 

상담가들이라면,

 

우리의 사주상담이 늘 실패를 거듭하고, 

우리가 아직도 가난하고,

비주류이고,

미신의 영역에 남아서 존중받고 있지 못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합시다. 

 

그것은 스스로의 직업 영역에 대해서 설렘을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긴장감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도사의 자리에 올라, 두려움을 지워버리고 

 

남의 삶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 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관법이 정확히 맞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누군가 여덟글자를 쉽게 해석할 수 있는 비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사기꾼이거나,

사주팔자의 체계가 완전 허술한 것입니다. 

 

사주의 유형(격)이 쉽게 눈에 보이고, 

억부나 조후의 유불리가 눈에 확연하게 나타나면,

의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주 풀이는 항상 

두려운 것이어야 하고,

설레는 일이어야 합니다.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니 두려워야 하고,

그 조화로 우리의 삶의 비밀이 밝혀질 수 있으니 셀레어야 합니다. 

 

두려움과 설렘은 공존해야 합니다. 

 

마치 하나의 사주원국에 공존하는 편관과 식상처럼 말입니다. 

 

두렵고 어려우시다면 그것이 정상이고,

 

이 두려움을 뚫기 위한 노력, 다양한 시도들이 상담가의 품격과 실력을 좌우합니다. 

 

두려움을 인정해야 비로소 설렘이 시작됩니다.

 

관성이 식상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두려워합시다.

 

낯선 사주, 낯선 기운에 대해,

 

 

그리고 존중하고 설레입시다. 

 

그 가능성과 함의에 대해,

 

 

낯선 사주를 

 

많이 지켜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합시다. 

 

 

다른 사람의 삶을

 

많이 지켜보고, 많이 생각하고, 함께 고민합시다.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에서,

비로소 

생각이 움트고,

 

그 생각이 우리의 두려움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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