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의 품격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사주)

 

반가워.

난 주디스 리치 해리스 라고 해.

 

1938년에 태어났고, 2018년에 이곳으로 건너왔지.

 

내 두 딸과 사위들, 그리고 사랑하는 손주들을 볼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열심히 80년을 살았으니 그것으로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해.

 

내 사주를 주제로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영광이야. 동양의 점성학은 모르지만 단서를 가지고 추론해 가는 과정을 즐기니까. 당신이 하는 일과 내가 하는일이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겠어.

 

자, 동양의 점성술사님 내 사주에서는 내 인생이 뭐라고 그려지나? 80년의 삶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어?

 

 

현묘>> 태어나신 시간을 모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드릴 수는 없어요. 다만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불합리한 권위에는 완강하게 저항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입니다. 

 

<월지를 장악한 상관이 천간에 투출하여 있고, 연지에도 인목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중요한 것은 상관이 정관을 에워싸고 있다는 점이다. 정관은 상관을 품에 안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언제든지 박살내기 위해..>

 

 

불합리한 권위라.. 하버드 대학 이야기를 하는게 좋겠군.

탐구심이 강한 나에게 인간의 마음은 아주 재밌는 탐구대상이었지. 자연스럽게 심리학으로 관심의 방향이 향했어.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으로 석사를 받았지. 하지만 하버드 박사과정에 입학하지는 못했어. 독창성과 독립성이 하버드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지. 

 

그건 표면상의 이유였고, 내 자유롭고 거침없는 기질이 진짜 이유였지. 나는 당돌하고 의심이 많았지. 내 뜻을 굽히고, 교수와 타협했더라면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긴 싫었어. 

 

난 평생 아픈 몸으로 살아왔지만 이치에 맞는 것을 추구하는 논리적인 태도는 칼과 같이 지켜왔지. 

 

 

현묘>> 사주적으로 학업이 길게 이어지기 힘든 구조입니다. 

 

<관성이 사주원국에 드러나 있고, 상관이 두드러지게 관성을 극하고 있는 형국이니, 정규 교육과정과는 인연이 짧다고 볼 수 있다. 학업의 중도 이탈의 의미를 담고 있다. 만약 관성이 없는 상황에서 상관이 강한 형국이었다면, 아예 학교와는 인연이 없었다고 본다. 입학조차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평생 심리학을 공부했지만, 박사학위가 없었고, 학계에 정식으로 글을 기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비평가들은 '뉴저지에서 온 할머니'에 불과하다고 나를 얕잡아 봤어.

한심한 사람들이었지.

평생 책을 보고 글을 썼지만, 학교라는 틀에 박힌 곳에서 하지는 않았으니 자네 말이 맞군. 

 

 

현묘>> 평생 책을 가까이 하고 글을 쓰신것도 사주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적인 사고의 힘, 표현의 힘이 아주 강한 사주입니다. 

 

<이 사주의 핵심을 이루는 목기운 자체가 인문학적인(문과적인) 힘을 의미한다. 또한 갑인이라는 간지의 의미 역시 인문학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상관은 발군의 표현력을 의미한다.>

 

 

오오 신기하구만. 책을 보고 글을 쓰는게 내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동양 점성학의 암시대로 살아간 삶이라고 볼 수 있겠군.

 

 

현묘>> 1998년에 '양육가설(The Nurture Assumption)'이라는 기념비적인 책을 출간하셨죠?

 

 

맞아, 그 책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 1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을 정도니까.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도전을 한 셈이었으니, 모두가 깜짤 놀랄 수 밖에. 그 이후로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과 이메일로 대화를 주고 받았지.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어.

설마 이런 것도 그 사주란 것에 나오나?  

 

 

현묘>> 아니요. 다만 1998년을 기점으로 그간 웅크리고 있던 것이 폭발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재물적인 성취도 커지게 되고, 활동성도 강화됩니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는 의미도 있어요.

 

<1998년은 40년간 흘러오던 인성대운(무신대운)이 끝나는 시점이자 재성대운(정미대운)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대운에서의 재성운에 의해 사주 원국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목 상관의 힘이 크게 유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식상생재가 대운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주에서 화기운은 밸런스적으로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화기운이 이 사주의 용신이 되는 일지의 酉(유금)을 극하기 때문이다. >

 

 

잠깐

내 사주에 보니까. "병"이라는 글씨가 보이는데, 질병을 암시하는 건가?

 

 

현묘>> 그런 것은 아닙니다. 평생 아픈 몸으로 살아오셨다고 하셨는데..

 

 

맞아. 평생을 아팠지. 20대부터 몸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30대인 1977년에 자가 면역 질환을 진단받았지, 2002년에는 폐에도 합병증이 발병을 했어. 평생 활동하는 시간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어.

 

 

현묘>> 사주와 건강을 섣불리 연결짓는 것은 무리이지만, 사주에 수 기운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 같아요. 루프스 자가 면역 질환 같은 경우, 수기운이 기운을 많이 빼앗겼을 때 발병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수기운이 극을 당하거나 고갈 당하여 없는 경우, 즉 화토의 기운이 과도한 경우 우울이나 생식기의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기운이 설기당하여 부족한 경우, 즉 목기운이 과도한 경우 자가면역질환이나 순환계 쪽의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순환에 관계하는 수기운의 부족으로 신체 기관사이의 덜컥거림, 부조화가 일어난다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자네 말을 들으니 결국 내 과도한 탐구심과 호기심이 내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되었구만. 그럴줄 알았어. 허허

 

 

현묘>> '양육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듣고 싶습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정면 도전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문제 부모가 문제 아이를 만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지? 한 아이의 성장에는 부모의 양육이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신화 말이야. 나는 이러한 양육가설은 신화에 불과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대부분의 연구는 가치가 없음을 논증했어.

 

 

현묘>> 정말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동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거든요. 부모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면 아동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유전자와 또래 집단이지. 부모의 역할은 아주 제한적이야. 입양된 자녀는 지능, 성격 면에서 입양 부모를 닮지 않는 법이야. 우리는 아이들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하는데 그 생각은 가설이고 환상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아이들을 완성할 수도 없고 망칠 수도 없지.

 

 

현묘>> 일반인의 고정관념과 발달심리학계의 정설을 뒤집는 견해이신데요. 어떻게 이런 독창적이고 생각과 연구가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궁금하다고? 자네가 밝혀내야지 이 사람아~

 

 

현묘>> 제 역할을 잠깐 잊고 있었습니다. 기존 학계의 정설을 뛰어넘는 발상이 가능한 이유, 그리고 스스로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를 지속하실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선생님 사주의 강한 목 기운 때문으로 볼 수 있어요.

 

사주의 초록색이 보이시죠? 그 기운은 바로 독창성의 뿌리이지, 바로 탐정과 같은 마인드로 이치에 맞는 증거들을 수집하는 힘이 됩니다. 

 

 

잘 지적했구만. 나는 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탐정으로 생각하고 있어.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서 증거를 찾아서 조합하고, 논리적 타당성을 연구하는 사설 탐정.

 

 

내 사주가 학교와 인연이 짧은 사주라고 했던가? 자네 말대로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동료 학자들과 비슷한 연구를 하는 보통의 과정을 밟았다면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겠지. 

 

 

현묘>> 권위와 타협하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성과에 연연했다면 '양육가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겠죠.

 

 

맞아. 

그런데 자네 내 다음책은 읽어봤나? 

 

 

현묘>> 지금 읽고 있습니다. 너무 재밌어서 손에서 못 놓고 있어요. 

 

 

어떻든가? 인간의 고유성에 대한 나의 관점 말이야. 

 

 

현묘>> 재밌기 한데, 선생님께서 모르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돌하군, 그게 뭔가?

 

 

현묘>> 과학적 방법론의 대가인 선생님은 인정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 인간은 태어난 순간의 지구의 조건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선천적 조건을 유전자로 설명하셨지만, 유전자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흠, 역시 동양의 신비주의로 귀결되는구만. 내가 살아있을 때 같았으면 자네같은 허무맹랑한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았을텐데. 이제는 알고 싶군.

죽음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든다니, 참 신기한 일이야. 그럼, 그 다른 무언가에 대해 설명해 주겠나?

 

 

현묘>> 전 바쁩니다. 아직 여기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있어요. 좀 기다려 주세요. 때가 되면 제가 그쪽으로 넘어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려드릴게요. 

 

 

건방지게 바쁜 척은.

그래도 살아있을때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맘에 드는군. 

시간을 아껴 쓰게.

인생이란 것 말이야. 너무 짧아.

아아, 내가 꼭 해야 할 말을 안했군.

 

내 책 양육가설에 의하면 말이야.

 

자네 부모의 탓을 하면 안돼, 그리고, 스스로도 탓하지 말게나. 좋은 부모가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타박하지 말라는 말이야. 애들은 위를 보며 크는 법이 아니라, 옆을 보며 크는 법이니까.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그녀와 대화를 하느라 인사가 늦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책이 두 권 출판되어 있습니다. "양육가설"과 "개성의 탄생"입니다. 그녀의 책보다 더 유명한 것은 그녀가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양육가설』은 대학교 수업에서 학생들의 토론을 장려하고 일상생활에서 과학적 탐구방법을 기르기 위한 교재로 자주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니 말 다했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의 이런 과학적 탐구방법, 논리적 정합성을 추구하는 태도가 

월주를 차지한 寅(인목) 상관의 강력한 힘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논리와 화술의 왕 상관에, 

절대 굽히지 않은 자존심의 대왕 갑인이 얹혀져

인간 잠재력의 근원인 월주를 차지한 결과

 

논리대장 끝판왕이 탄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녀는 평생을 이어온 상관 특유의 치밀한 탐구정신으로 

 

하버드라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신의 발 아래에 두고,

(그녀는 박사과정에 탈락하였지만, 훗날 하버드에서 자신을 탈락시킨 학과장 이름으로 된 학술상을 받게 됩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 전체의 권위를 뒤흔들게 됩니다. 

 

가히 상관이 정관을 극한 표본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상관이 정관을 극해서 나쁘다구요?

이혼할 사주라구요?

 

실제 해리스는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았고, 평생에 걸쳐 자신의 일을 해냈습니다. 

 

상관의 품격은 어떻게 완성될까요?

 

어떠한 권위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탐구정신으로 한발한발 나아갈 때 상관은 빛을 발합니다. 

 

진정한 상관의 품격을 확인하고 싶으시면, 

그녀의 책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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