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주 상담
- 사주명리학/사주 상담
- 2020. 9. 2.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오늘은 최고의 사주 상담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드려보겠습니다.
일전에 한번 선보였는데, 편하게 글을 쓰기에 좋은 형식인 것 같아 오늘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당연히 이야기에 나온 인물과 지명은 가상이며,
이야기의 사주와 관련된 자료는 제 실제 상담사례의 일부를 가져온 것입니다.
형식은 가짜지만,
내용은 진짜다.
이정도의 느낌으로 즐겨주시면 되겠습니다.
***
지리산 선생은 손님을 돌려보내고, 구례쪽에 볼일이 있노라며 집을 나섰다.
지리산 선생에겐 집에서 함께 기거하던 제자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현"이요,
하나는 "묘"였다.
"현"은 삼십이 다 된 남자였고, "묘"는 아직은 앳된 기운이 남아있는 스물 셋의 여자였다.
둘은 스승이 집을 나서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스승을 따라 나섰다.
현이 스승의 왼편에 찰싹 달라붙었고,
묘는 오른편의 살짝 뒤쪽에서 살금살금 걸었다.
"나 애인 만나러 가는디?! 왜 따라오냐?"
"말동무 해드리러 갑니다. 말동무!"
선생의 말에 현이 큰소리로 유쾌하게 받아친다.
"빌어먹을 놈, 나한테도 사생활이란 것이 있어 이놈아."
선생이 짐짓 화를 내는 척을 해보지만, 먼길을 걸어가는 터라 내심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그 사생활까지도 모두 배울랍니다. 하나부터 열까지요."
"빌어서 죽을 써 먹을 놈, 기본의 기본도 모르는 놈이 말은 번지르르 잘헌다! 지장간 외우라고 한지가 열흘 전인디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지? 인목의 지장간이 무어냐?"
가는 길을 재촉하며 선생이 물었다.
현은 질문을 듣자 짐짓 먼산을 바라보며 읊조리기 시작했다.
"인목이라...인목의 지장간이라... 자축인묘 진사오미...갑을병정이 무기경신이렸다! 식신이 유기하면 승재관이라 했거늘, 갑목이 진토에 뿌리를.. "
"에끼 이눔아!"
스승이 꿀밤을 때리려 들자 현이 부리나케 도망을 가며 부산을 떨었다.
"공부한지 반년이 넘었는데, 인목의 지장간도 모르는 녀석이, 입만 살아가지고....쯧쯧쯧"
"인목이라는 글자가 낯설어서 그래요. 한자도 어렵고!! 을목, 얼마나 쉬워. 을목!"
"낯설어? 인목이 낯설어? 니 일지가 인목이야 이눔아!! 이 썩어문드러질 놈아!"
기어이 꿀밤을 한대 맞은 현이 억울하다는 듯이 툴툴대기 시작했다.
"묘야! 우리 스승님 참 이상하신 분이다. 너도 뭐라고 말좀 해봐라. 스승님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이 너도 뭔지 알지? 목소리 탁 깔고, 외우지 말어~ 사주공부할 때 외우려고 달라드는 사람치고 사주공부 제대로 하는 사람 못봤다~"
묘는 맞장구를 치듯 현의 재롱을 보고 웃기만 했다. 현은 더욱 신이나서 선생의 목소리까지 흉내내기 시작했다.
"사주공부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이 아니여~ 외우려고 들면~ 거기에 빠져들어서 굳어버리고 말어, 사주쟁이는 결국 자신만의 칼로써 승부를 보는 셈인데, 외우는 걸로 공부를 시작하면 공식대로만 답변을 하는 기계가 되고 말어, 칼이 낭창낭창 해야 되는데 말이야, 뻣뻣하게 굳어버리고 말어, 제대로 쓸 수가 없어"
"인목의 지장간을 못 외운놈이 변명을 참 길게도 한다."
"사주는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 목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어야 훌륭한 상담가가 될 수 있어~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려면, 편견과 선입견이 없어야 하는 거여~ 세팅값을 항상 "0"으로 만들어 놓고 늘 새로운 기분으로 사주를 봐야 한다 그 말이여~ 그런데, 공부의 시작부터 달달 외우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어찌 되겄냐? 응? 자꾸 외운것에 짜 맞추려고 하겠지? 그것이 가장 편한 길이니까."
"고놈 참..너 사주 공부 말고, 광대하지 그러냐? 광대."
"아직 안 끝났어요. 좀 기다려 보세요. 그래서 사주 공부는 처음부터 배우고 잊어먹고, 배우고 잊어먹고, 배우고 잊어먹고를 수백번 수천번 반복해야 하는 거여~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떤 단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지 알어? 알어?"
현이가 말을 뚝 끊었다.
그리고 선생을 바라본다.
"스승님!"
"왜?"
"눈 앞에 어떤 단계가 펼쳐지는지 왜 아직 안 알려주세요? 네? 알려주세요. 제발요. 제발, 제발, 제발"
"육시럴놈, 나도 모른다 이눔아! 니놈 만담은 여기서 그만하고, 묘는 궁금한거 없느냐. 내 묘가 물어보면 어떤 질문이든지 성심 성의껏 내가 아는 걸 다 말해줄 수 있다."
"지금 차별하시는 거에요? 남녀차별? 저 인목의 지장간 알아요! 인목의 지장간은 바로, 갑갑갑!!! 사주에 인목이 있는 사람들은 참 갑갑해. 아주 천방지축에다 남의 말은 안듣고, 참..."
묘가 드디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도 어처구니가 없어 같이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다.
조금 더 걷다가 묘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응 말해보거라."
"최고의 사주 상담이라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고의 사주 상담?"
"네.."
"나도 내 스승님을 모실 때 몇번 본적이 있지, 우연히, 그 장면을 보고 한동안 나도 그 흉내를 내보았지만 도저히 안되더구나, 아직은 부족하니까 나는."
"어떤 장면이었나요?"
"두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뭐부터 말해줄까? 좋은 쪽? 나쁜 쪽?"
"좋은 쪽이요.."
"스승님을 모시고 강원도 횡계, 안반덕이란 곳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다. 바람이 유명한 곳이라, 하루종일 바람만 쏘이고 있어도 도가 트인다고 하는 그런 곳이었지. 그때는 아직 배추농사도 짓기 전이니, 사람도 없고, 오로지 눈 구경만 실컷하고, 밥이나 짓고 그러고 있었는데, 아 어찌 알았던지, 내 스승님을 뵙겠다고 거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어."
"지금은 완전 관광지잖아요. 풍차 돌아가고 막"
현이 끼어들며 두팔을 빙빙 돌려댔다.
"그렇게 변했지.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어. 아 근데 손님이라고 찾아온 분들이 5분만에 전부 나가는거야."
"에? 5분이요?"
"그런데 나가면서 다들 기분이 홀가분해 지고 좋아져서 나가는 거야. 나는 많은 손님들을 봐 왔으니까 알지, 그 뒷모습만 보면."
"5분만에 어떻게..."
"하도 궁금해서 슬쩍 방안을 훔쳐봤지. 그랬더니 우리 스승님이 만세력을 안보고 손님이 불러주는 생년월일시를 그냥 흘러듣고 있더라고, 스승님 표정을 보면 아는데, 생년월일시 따위는 그냥 전혀 듣고 싶지가 않은 표정이었어."
"이상하네요. 왜 사주를 안보시고.."
묘가 참다가 질문을 던졌다.
"나도 그게 참 궁금했지. 스승님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시는 소리가 '너는 사주쟁이지 무당이 아니여, 그러니까 촉이나 신기 같은 게 있걸랑은 그냥 바다에다 던져부러라' 이거였으니까. 그런데 그 무렵 스승님은 사주를 안보신거지. 결론만 말하면."
"사주를 안봤는데, 어떻게 손님들이 만족을 하죠? 그 높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손님들이 만족을 해요?"
현이 선생의 앞길을 막아섰다. 사주로 우주와 세상의 이치를 모두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이다운 행동이었다. 스승의 스승이 한 행동에 큰 의문이 든 것이었다.
선생은 한참 현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현아. 그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진짜 상담이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느냐? 스승님은 사주를 버리고, 비로소 진정한 대화를 시작하신 것이었다. 그게 그 무렵부터였지."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남한 최고의 사주쟁이가 사주를 버리다니!"
"스승님이 손님의 생년월일시를 듣고 한 이야기가 뭔줄 아느냐?"
"뭐죠?"
"내 너처럼 내 스승님을 그대로 한번 따라해 보마. '음, 이 사주는 허벌라게 좋은 사주구만. 내가 40년을 사주를 봐왔는디, 손에 꼽을 만한 사주여, 지금까지는 쪼까 불편했겄는디, 앞으로는 무조건 잘 풀릴거구마이, 말년이 특히 좋아. 안 될 일도 되고, 될 일은 더 잘 되겄구만. 그라니까 아무 걱정말고,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쪼가 힘든 일이 있더라고 곧 좋아질거란 마음으로 사쇼잉~ 그라믄 되야~ 뭣한디 이 높은 곳까지 땀 뻘뻘 흘림시롱 올라왔소잉~' 이렇게 말씀하셨다. 손님이 열 찾아오면 다섯은 이렇게 말씀하셨지."
"근데 스승님, 광대는 스승님이 해야겠는데요. 어쩜 이렇게 성대모사를 잘하세요?"
"이 육시럴놈이!!"
"아니 그 좋은 실력을 놔두고, 왜 사주도 안보고 그렇게 뻔한 말씀을 하셨을까요.."
묘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질문을 했다.
"묘야, 결국 사주라고 하는 것은 도구일 뿐이고,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위로와 희망이다. 너네는 아직 젊어서 잘 모르겠지만, 희망 한 줌만 있으면 지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야. 안반덕까지 추운 겨울에 땀 뻘뻘 흘리고 올라온 사람들? 결국 내 사주는 좋은 사주다, 앞으로 잘 될 거다 이 한마디 가슴에 품고 지옥불을 견디며 살아가는 거야.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먼길을 달려온거고, 그게 사람이다, 시궁창, 똥통에서도 희망 하나 가지고 버티는 것이 바로 사람이야."
"......"
"사주를 보러 안반덕까지 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걸고, 스승님의 입만 보고 있기 때문에 대번에 알아차린단 말이야. 이 사람이 빈말을 하는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그래서 사주를 보지 않으신 거야. 거짓말 하기 싫으시니까."
"아 그러면 정답 나왔어!!!!"
갑자기 현이 큰 소리를 치고 날뛰었다.
"또 지랄병이 도졌구나 이놈이.."
"그러면 무조건 좋은말만 하면 되겠네요. 사주 대충 본다음에 좋은 사주다, 좋은 사주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매가 약이야, 이렇게 인목이 발광하는 녀석들은 쇠몽둥이로 조져야 돼!"
선생과 현이 쫓고 쫓기고 하는 동안, 묘는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선생이 현의 꿀밤을 몇대 때리고 상황이 정리되자 묘가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래, 묘야'
"저는 사주이론에 도통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분야인 것 같아요.."
"말해야 입만 아프지, 사실 사주 상담뿐만 아니라 인간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모든 직업이 그렇단다. 의사, 약사, 판사, 검사, 교사, 서비스업 종사자...등등 인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덕목은 바로 타인에 대한 애정이다. 업무의 초반에는 기술적인 것들, 지식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돋보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결국 인정을 받는 쪽은 인간에 대해 진실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이야. 타인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없이는 절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이런 직업군이야."
"..."
"그래서 결국 인간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들은 뛰어난 사주상담가가 될 수 없고, 스스로 제풀에 지쳐서 '내가 왕년에 사주 좀 봤지!'하는 잘난 체만 하게 되지."
"앞으로 스승님과 묘를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해 묘야~"
"내가 볼 때, 너는 인간이 아니야, 내가 오늘 너를 죽이고 감옥에 가든가 해야지!"
현이 저 멀리 도망을 갔고, 선생이 그 뒤를 쫓아갔다. 묘가 그들을 쫓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선생님 아직 나쁜 쪽 이야기 안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해주마. 이 녀석부터 좀 죽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