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의 의뢰인(feat. 이승기 사주)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최적의 작업 환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환경이 조성되어야 비로써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말인데,

 

사주를 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바라봐야 그 안에서 의미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수십만개가 넘는 사주를 다 외울수는 없고,

 

공식을 달달 외우고

공식대로 답을 풀어내는 것은 초급자의 영역-넌 정관격이여, 그러니까 공무원, 아님 교사 맞지?-, 아니면 사주 어플이 하는 수준입니다.

 

 

좀더 성숙한 사주상담가라면,

하나의 사주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과 언어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주와 그 사주를 가지고 살아온 인간의 삶을 연결하고, 거기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패턴을 뽑아내고,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 가미하는 것이

 

진정한 사주 상담의 영역인 것이죠.

 

저도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지, 아직 닿아보지 못한 영역이며, 단지 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 멀리에 있죠.

 

 

공식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기존의 풀이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사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데,

 

저에겐 그 집중의 환경이 있습니다. 최적의 작업환경이라고 부르는 어떤 조건들입니다.

 

그 조건이 되었을 때에만 사주를 보고,

그때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다른 시간에는 오행이나 사주이론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지만, 사주명식을 보지는 않습니다. 

사실 본다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가끔 보기 싫어도 인터넷에 떠도는 사주명식을 보게되는데, 그러면 눈앞이 새하애집니다. 마치 생전 처음보는 문양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작업 환경이 아니라서 on/off 스위치가 내려간 것이죠.

 

 

 

그런데 어제 늦은 밤,

 

아주 친한 지인에게서 문자 연락이 왔습니다.

 

사주 좀 봐달라고 말입니다.

 

뭐하는 사람이냐, 고민이 뭐냐 등등을 물어보려는데,

 

그냥 사주만 가지고 풀어보랍니다.

 

"지금 날 시험하는게냐!!"

 

라고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망신 한번 당해주자. 그런 너그러운 마음으로 될대로 되란 식으로 읊조렸습니다. 어차피 최적의 작업 환경도 아니고, 날 놀리려나 싶어서 한번 놀림을 당해주자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최고의 사주네"

이러면,

"그거 살인범 사준데?" 이런 식으로 놀릴 것이고,

 

"사주 구성이 쥐약인데,"

이러면

"그거 대통령 사준데?" 이런 식으로 놀릴 것 같아서

 

지인이 건 장난에 한번 응해주자는 마음이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주에 저는 이렇게 답변을 합니다.

걸어온 장난이니 장난스럽게 마치 도사처럼 읊조리죠.

 

"하늘에서 귀인이 내려와

돈창고에 앉았으니

의관이 단정하고 기운이 평화로운 와중에

매사공정하고 두뇌총명함이 조화를 이뤄

척봐도 은행 돌아가는 속사정까지 알 수 있는

신묘함을 갖췄구나

 

눈앞에 주인없는 돈이 흘러가는데

쥐고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추장스러운 체면 다 던져버리고

돈밭으로 뛰어들기 직전의 상황이로세."

 

그리고 누구 사주냐 물었더니,

 

이승기 사주랍니다.

 

어이쿠 내가 당했구나 싶었죠.

 

요즘 이승기 사주에 대한 풀이가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모양인데, 진짜 좋은 사주인가 물어보고 싶었답니다. 살인범 사주라고 했으면 평생 놀림감이었을텐데, 그나마 좋게 말한 것이 다행이었죠.

 

 

인터넷에 떠도는 이승기 사주 풀이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너무 좋다 못해 전쟁, 자연재해를 피해갈 사주

 

2. 전쟁터에서 옆에 있는 사람이 대신 총을 맞을 사주

 

3. 어디에서 뭘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주

 

4. 사주 자체가 너무 훌륭해서 연예인인 지금이 제일 안 풀린 사주

 

5. 5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사주

 

6. 말년 운세가 더 좋다는 사주

 

 

이중에서 공부에 참고가 될 만한 것을 몇 개 말씀드리고,

제가 도인처럼 읊조린 것에 대한 근거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자연스럽게 공부도 되고, 이 사주가 정말 이승기 사주가 맞다면 이승기라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1. 너무 좋다 못해 전쟁, 자연재해를 피해갈 사주

 

= 천을귀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지인 사화에 천을귀인이 앉아있는데, 합과 충이 없이 아주 깔끔합니다. 게다가 이 사주의 핵심은 흐름인데, 좋은 흐름의 와중에 놓여 있으니 참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겠죠. 고결한 성품이 여기서 나온다고 보고, 편재에 천을귀인이니 재능을 쓰는데 참 곱게 쓴다. 그리고 말년으로 갈수록 좀 심한 권력욕을 부릴 수 있겠다 정도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천을귀인이 깔끔하니 전쟁, 자연재해를 피해갈 사주라고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틀린말은 아닌데, 저라면 "재능을 쓰고, 돈을 버는 데 있어서 참 바르고 심성 곱게 하겠네."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자연재해를 피한다는 것은 너무 올드한 표현이니까요.

 

 

2. 전쟁터에서 옆에 있는 사람이 대신 총을 맞을 사주

 

=1과 동일합니다. 시지에 천을귀인을 두고 하는 비유적 표현입니다.

 

 

3. 어디에서 뭘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사주

 

= 생각해 보면, 이 말 자체가 참 이상한 말입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어디서든 먹고 살 수는 있습니다. 굶어죽는 시대도 아니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 살려면 뭐든 못하겠습니까? 이 말은 무슨말이냐 하면, 이 사주가 오행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그 오행이 죽은데 없이 깔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을목은 인목과 호응을 하고,

병화는 사화와 호응합니다.

임수는 신금의 조력을 받고, 축토(지장간 계수, 신금)의 도움을 받습니다.

신금은 축토의 아주 완전한 도움으로 빛이 나고,

술토와 축토는 나란히 서서 사주 전체의 밑면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습니다.

 

오행을 모두 갖추고 있고, 모든 오행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천간과 지지가 적절하게 호응이 되고, 더욱 아름다운 것은 술토와 축토가 사주의 중앙에서 중심을 잘 지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행이 적절히 갖춰져 있으니, 여러가지 무기를 두루 잘 쓸 수 있고, 많은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일간이 임수이니 적응력과 판단력, 임기응변에 아주 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사주 자체가 너무 훌륭해서 연예인인 지금이 제일 안 풀린 사주

 

= 사주가 조화롭다는 것을 좋게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폼 잡는 것, 권력을 쥐는 것, 정치쪽과는 별로 연관이 없는 사주이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제일 아름답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5. 5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사주 ×

 

= 칭찬하기 위해서 만든 말입니다. 모든 사주는 아름답고 그에 걸맞는 가치와 쓰임새가 있습니다. 걸러 들어야 합니다.

 

 

6. 말년 운세가 더 좋다는 사주 ×

 

= 반만 맞고 반은 틀립니다. 말년이라고 했다면, 대운에 대한 이야기일진데, 이 사주는 말년이 금수의 기운으로 흘러갑니다. 말년의 운이 좋다는 말은 이 사주를 조금은 신약한 유형으로 분류했다는 말이 되고, 말년에 금수의 기운이 들어오니, 좋게 해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오행이 조화롭고 균형을 아주 잘 갖춘 사주는 초년이 좋다, 말년이 좋다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대운에 따라 길흉이 극명하게 나뉘는 사주는 한쪽으로 밸런스가 기운 사주입니다. 이렇게 밸런스가 좋은 사주는 무난하게 흘러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밸런스가 좋은데, 초년에도 좋고 말년에도 좋은 사주는 세상에 없습니다. 

 

또한 말년에 이 사주가 좋다고 가정하면, 이 사주는 37세부터 66세까지가 화기운으로 흘러갑니다. 즉 말년은 금수의 기운, 중년은 화기운이 강한 사주입니다. 금수와 화는 반대되는 기운이니, 그러면, 말년이 좋다는 말의 뒤에는 이 말이 빠져 있습니다. "말년은 좋지만, 중년은 좋지 않은 사주이다." 좋은 만큼 나쁩니다. 말년이 엄청 좋다면, 중년은 엄청 나쁩니다. 

 

 

여기까지 시주에 떠도는 이승기 사주풀이에 대한 저의 해석이었습니다.

 

이승기의 사주풀이를 평가해 보면, 절반은 맞지만 절반정도는 듣기 좋은 소리, 그리고 조금 말이 안되는 풀이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승기 사주를 보고 읊조린 내용에 대한 근거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하늘에서 귀인이 내려와

돈창고에 앉았으니

 

= 연간의 재성, 그리고 천을귀인의 호응작용을 보고 한 표현입니다. 연간의 재성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재물의 인자로도 해석하기 때문에 돈창고라고 속물적인 표현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승기군은 재물보다는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재성은 재물 또는 재능을 의미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의관이 단정하고 기운이 평화로운 와중에

 

=지지에 관성이 예쁘게 깔려있고, 그 관성이 천간의 인성으로 이어져 일간에게 참 아름답게 도착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흐름이 좋습니다. 관인이 조화로우니 위와 같이 표현하였습니다.

 

 

매사공정하고 두뇌총명함이 조화를 이뤄

 

=관인이 조화롭고 천을귀인의 작용이 더해져 매사공정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두뇌총명은 임수 일간의 특성이기도 하고, 신축의 힘이 임수를 잘 도왔다고 판단했습니다. 

 

 

척봐도 은행 돌아가는 속사정까지 알 수 있는

신묘함을 갖췄구나

 

= 사술귀문과 더불은 편재의 작용을 위와같이 표현하였습니다. 

 

 

눈앞에 주인없는 돈이 흘러가는데

 

= 대운이 이제 곧 재성 대운으로 돌입합니다. 그것도 상관+편재의 대운이 시작되니 엄청난 재물의 유통을 표현하였습니다.

 

 

쥐고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

 

= 약간은 부정적인 표현일 수 있는데, 이 사주에서 재성은 좋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런 표현이 나왔습니다. 재성의 부작용을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거추장스러운 체면 다 던져버리고

돈밭으로 뛰어들기 직전의 상황이로세."

 

= 마찬가지 약간은 부정적인 표현이기도 한데, 여기에는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 사주는 일지와 월지의 관성이 공망인 사주입니다. 저는 공망 자체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데, 일월지에 공망이 동주해 있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운에서 오는 재성의 기운 앞에서 관성이 신나게 날 뛸 것인데, 이 관성이 착지할 바닥이 없는 꼴입니다. 높았던 명예가 내려올 사다리가 없으니, 부정성이 강화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돈밭에 뛰어든다는 다소 경박한 표현을 썼습니다.

 

 

이승기가 되었건, 누가 되었건 이 사주를 가진 사람은

이제부터 20년이 참 중요합니다.

 

막강한 재성의 기운 앞에서 사주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꼭꼭 잡아매왔던 허리띠를 풀고 싶어지는 이 시점,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운명의 불빛을 향해 달려가는 불나방을 막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저는 이승기군이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다른 시끄럽고 좌충우돌의 중년을 보내고 나서야 그 좋다는 말년운을 맞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빛을 견딘 사람만이 가을의 풍성함과 겨울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승기군에게 더욱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기를, 기원합니다.

 

남들의 사주가 최고의 사주라고 부러워마시기 바랍니다. 내 사주가 최고의 사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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