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사주(사주가 같으면? 같은 인생?)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오늘은 쌍둥이 사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들어가며

사주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계신 분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주가 같은 사람은 똑같은 삶을 산다는 거야? 그게 말이 돼?"

"그럼 쌍둥이는? 같이 태어났으니까, 똑같이 살고 똑같이 죽겠네?"

 

그럼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 실은요..."

라고 말머리를 꺼내놓으면, 대번에 

 

"그러니까 사기, 미신 아니야."

"거봐. 믿을 것이 못된다니까."

 

라고 대번에 고개를 저어버립니다.

 

너무나도 뿌리깊은 편견과 오해가 쌓여서 이런 극단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사주 그 자체는 구체적인 인생을 지시하지 않는데도

 

사주=구체적 인간의 삶

 

이라는 편견이 깊게 자리잡고 있어서

 

일반인들은 "용하다며? 맞혀봐!"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일부 역술가들 또한 "용합니다. 맞혀볼까요?"하는 어긋난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몇년전 이영돈 피디가 제작한 프로그램에서 참 웃기고도 슬픈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영돈 피디가 유명하다는 역술원에 가서 자신의 생년월일을 알려주고 사주를 보았습니다. 실제 대화는 나누지 않고, 사주만 알려준 다음에 나중에 찾아가서 감명을 받는 식으로 상담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자 역술원에서는 이영돈 피디가 준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이영돈 피디의 삶에 끼워맞춰 감명을 진행했습니다. 대화를 나누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 상에 나온 이영돈 피디의 약력을 바탕으로 사주를 감명한 것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영돈 피디가 알려준 생년월일은 이영돈 피디의 것이 아니라 한 노숙자의 생년월일이었습니다. 이영돈 피디가 역술원을 속이고 실험을 진행한 것이지요.

 

그것을 모르고 감명한 역술원은 노숙자의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유명인이 될 사주라는 식으로 신나게 풀이를 했던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셨을텐데,

제 눈에는 이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사주명리학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코메디극으로 보였습니다.

 

피디 : "맞혀봐!"

역술원 : "맞혀볼게. 맞지?"

피디 : "사실 내 사주 아니거든?"

역술원 : "헉!"

 

역술가는 점쟁이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도사도 아니고, 더욱이 마술사, 요술쟁이가 아닙니다.

 

사주는 그런 식(맞혀봐, 용하지?)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영역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너도 나도 모두가 불행해 집니다.

 

그럼 사주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사주 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쌍둥이 사주(사주가 같은 사람)를 예로 들어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2. 쌍둥이 사주

쌍둥이는 같은 시간대에 태어나기 때문에 같은 사주를 타고 납니다. 단 시간의 경계에 언니가 태어나고 잠시후에 동생이 태어난 경우는 시주(사주상 태어난 시간)가 바뀌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쌍둥이는 같은 사주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주가 같으니 쌍둥이는 같은 기운을 타고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운이라는 단어를 재료로 바꿔서 말해 보겠습니다.

 

쌍둥이는 같은 재료를 손에 쥐고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림과 같습니다.

 

 

같은 재료를 태어난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쌓아갑니다. 같은 부모밑에서 자라 같은 풍경을 바라보지만, 한명은 나뭇잎에 햇살이 스미는 광경에 넋을 잃고, 다른 한명은 서늘하게 턱밑을 스치는 바람에 감동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기운(재료)을 가지고 태어난 두 사람이지만, 그 재료를 어떻게 구성할지는 개인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좀 과장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만,

 

같은 재료를 가지고 전혀 다른 모양을 쌓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주팔자 8글자는 인간에게 부여된 추상적인 기운이고, 그것을 구체적 삶에 어떻게 풀어내냐는 각 개인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쌍둥이가 비슷한듯 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유,

사주가 같은 사람들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주의 기운은 구체적인 삶의 이력서를 써주지 않습니다. 재료 쥐어주고 방향을 암시할 뿐, 길을 걷는 것은 고유한 인간 자신인 것입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술가들이 용한 이유

그럼, 

 

이런 질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사주만 들이대도, 내 삶을 쭉 읽어내는 신통한 분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뭔가?"

 

신적 통찰을 가지지 않는 이상, 사주만 가지고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을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주의 구성이 아주 독특한 경우, 가진 재료가 한정적이고 특이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삶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사주를 보러가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아주 용하게, 마치 작두를 탄 것처럼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꿰뚫을 수 있습니다.

 

사주가 독특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재료가 한정적이고 독특하기 때문에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삶의 환경이 제한적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렵지 않게 예측이 가능한 것입니다.

 

특히

 

하나두개의 오행으로만 구성된 사주의 경우,

특징적인 간여지동의 사주(갑인, 임자, 신유, 을묘 등)

음양의 대립이 극단적인 사주

 

등은 독특한 특징이 있고, 재료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딜 가도 비슷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주가 독특하기 때문에 어디에 가더라도 "기가 세다", "고집이 황소고집이다.", "욱하는 성격이다." 등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죠.

 

이런분들은, 

 

"정말 사주가 많긴 많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이분 참 용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경우 사주의 다양한 기운들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사주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인간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식의 삶이 펼쳐집니다.

 

결코 사주만으로 인간의 삶을 예단할 수가 없는 것이죠.

 

 

4. 사주상담의 효과적 방식 제안

따라서 사주상담을 진행할 때는 충분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상담자도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하고, 내담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어필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효과적이고 의미있는 상담이 가능합니다. 

 

상담자는 사주만 보고 어떻게든 자신의 신통함을 증명하려 애쓰고,

내담자는 사주만 들이밀고, 한번 맞혀봐! 라는 태도를 가진다면,

서로에게 불쾌한 상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 의미도 없이 시간과 돈만 낭비하게 되는 "이영돈 피디"의 프로그램 꼴이 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필요이상으로 많은 말을 할때, 비로소 상담자는 내담자가 어떤 방식으로 사주의 기운들을 써 왔는지 눈앞에 그릴 수 있게 되고 비로소 효과적이고 훌륭한 조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사주상담자 자리에는 

 

최고의 촉을 가진 사람이 앉는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최고로 잘 듣는 사람이 앉게 되어 있습니다.

 

잘 듣는 것이 상담의 전부인 것입니다.

 

 

이 글을 보고

 

"듣는거? 그게 뭐라고, 상담 나도 하겄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죄송하지만 잘못 생각하신 것 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은 단언컨데 남의 말을 한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분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남의 말을 잘 듣는 일입니다. 아주 쉬운 일 같지만, 제일 어려운 일이며, 제일 위대한 일입니다.

 

나를 비우고 온전히 그 사람에게 집중했을 때에만 비로소 완전한 듣기가 가능하며,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타인이라는 낯선 소우주와 접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주명리 이론을 "서커스의 영역", "일반인들은 다가갈 수 없는 영험한 세계"로 규정하고 터부시했으며, 심지어 "혹세무민하기 위한 협박의 도구"로 써왔습니다.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TV 프로그램에서 몰래 카메라를 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사주명리를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주 상담의 과정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언하고 찍는 식의 상담이 아니라 많은 대화가 오고가는 상담문화가 하루빨리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주가 같으면 같은 삶을 산다,

사주가 구체적인 인간 삶을 지시한다는,

 

오해와 부담을 떨쳐버리고, 사주명리라는 훌륭한 도구를 이용해 너와 내가 모두 행복한 상담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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