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과 현묘의 제자?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저는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낚시를 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바늘을 만드는 법,

 

미끼를 손질하는 법,

 

파도와 바람을 가늠하는 법,

 

물고기의 습성과 지형을 읽는 법,

 

다른 낚시꾼과 함께 할때의 매너,

 

낚시대를 잡아 챌 때의 타이밍,

 

잡은 생선을 정리하는 법,

 

그리고 별빛과 달의 온기를 느끼며,

 

잠자코 기다리는 법까지.

 

제가 낚시를 했을때 느꼈던 것을 정리하고, 요약하고 설명하는 것이 

 

제 일과이자, 현재 제가 가장 중점을 두고 하고 있는 일입니다.

 

"나의 사주명리"라는 책을 쓰면서 제가 많이 한 생각은 

이 책이 교과서와 교본이 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견과 감상을 최대한 제어하고, 표준화되고 객관적인 용어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시대와 특정 문화에 국한된 표현되 최대한 줄이려 했습니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사주명리(낚시기술)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책에는 인생의 지혜나 경험, 

무릎을 치게 만드는 삶의 깨달음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흔한 격언,

 

이를테면

베풀어라, 노력해라, 반성해라, 목표를 세워라, 도를 체득해라.....는 말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저는 인생의 참된 이치를 깨달아 본 적도 없고,

우주의 이치와 자연의 변화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하루하루 제 감정 변화에 의해 몰락하고, 

쉴새없이 비집어 오르는 욕망에 현혹되고,

알량한 자존심을 부르느라 주변 사람을 모욕하며,

자잘한 환희와 분노, 짜증과 욕망을 먹고 뱉어내며,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구루도 아니고, 스승도 아니고, 

종교인, 철학자, 인문학자도 아닙니다.

 

오히려 저의 현재 위치를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말은

위에서 나열한 멋있는 단어가 아니라

바로 직업훈련학교에서 기술을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사주를 공부하고 가르친다는 사람이

사주를 기술로 대하다니

 

감히 기술이라는 말을 쓰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죠.

사주명리가 달성한 신성한 위업과 권위에 먹칠을 하는  

천박하고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고기는 마음으로 잡는 것이 아닙니다.

 

낚시에 정신적인 가치, 수양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건,

고기가 잡혔을 때의 환희를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이론,

제대로 된 기술을 갖추지 못하면,

 

즉,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도 모르면,

우연히 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언정,

 

절대 남에게 고기 잡는 법을 제대로 알려줄 수 없습니다.

 

저는 동양철학이라는 말도 별로 좋아지 않고, 

철학관이라는 말은 더더욱 혐오합니다.

 

어떻게 철학을 한다는 사람이, 

스스로를 철학자라 칭하고, 감히! 철학관이라는 간판을 달 수 있다는 말입니까.

 

철학이 무엇입니까?

자평진전, 삼명통회를 달달 외우고, 그 이론으로 사주를 풀어내면

위대한 철학가가 되는 것입니까?

 

그것으로써 철학관이라는 간판을 달아도 되는 것입니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스승의 지위를 부여하고, 제자를 양성해도 되는 것입니까?

 

철학의 본질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철학의 다른 이름이 바로 과학이고 수학인 것입니다.)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있습니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 위대한 고전이라는 자평진전에 대해, 연해자평에 대해 의심하고 회의해 본 적이 있습니까?

 

사주를 보고,

사주를 가르친다는 분들이 

 

본인이 예전에 잡았던 대어를 들먹이며 태도와 마음의 문제에 천착하려 든다면,

한번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미끼를 제대로 끼우는 방법도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조급해 하면 안된다, 기다리는게 낚시다, 낚시는 마음이다"라고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말입니다.

 

낚시는 기술이고,

제대로 된 기술을 갖추고 나서야 비로소

스스로에 맞는 

자기만의 낚시를 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저는 스승도 아니고, 제자를 양성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왜냐면요"

 

라고 말을 이어가려고 하다가, 

흥분해서 진심이 튀어나와버렸습니다.

 

저에게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에게

제가 애써 "수강생" 여러분들이라고

호칭하는 이유를 아셨죠?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저에게 수업을 듣는 여러분들에게 진짜 기술을 알려드리고 싶은 기술자의 마음에서였습니다.

 

사람은 마음은 

갈대처럼 쉽게 변하는 것이지만요.

기술은 절대 그 주인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어이쿠, 저는 서둘러 수업 준비를 해야겠네요.

오늘은 "지장간을 재밌게 해석하는 기술"에 대해 알려드릴 차례입니다.

 

이상은 직업전문학교 강사 현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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