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다는 것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 위해 우리는 "목숨을 건다."는 표현을 씁니다. 

 

"목숨을 건다."라는 문장에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노력한다"

 

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

재난 상황에 투입되는 영웅들,

특별한 시험이나 도전에 몰두하는 사람들

 

목숨을 건 사람들의 눈빛과 자세에서

우리는 비장미를 느낍니다. 

 

눈물이 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목숨을 거는 일은 그렇게

거창하지도,특별하지도 않습니다. 

 

일상적인 일이며,

심지어 우리 모두가 지금 하고 있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한정된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모두는 죽고, 

지구에서의 실제적인 삶은 명확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 속 영웅처럼

특별한 계기로 목숨을 걸지 않아도, 

어차피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목숨을 걸지 않아도,

 

실상 우리들은 하루하루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남은 인생이 30년 정도 된다고 예상하는 사람이

30년동안 무엇을 위해, 누군가를 위해

꾸준히 어떤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이 목숨을 걸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꼭 위급상황에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야만 위대한 사람이고 특별한 사람인 것일까요?

 

자신의 삶과 인생을 조금씩 소모해 가면서,

무엇인가를,

누굴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오히려

 

순수하고 일관되고 꾸준하게 목숨을 바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들은 부모의 젊음을 먹고 크는 거 같아."

 

언젠가 응급실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친구가 말했습니다. 

 

매일 위급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그 친구가 하는 말이라

그의 말이 의미깊게 느껴졌고, 

여러번 곱씹어 보았습니다.

 

먼저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감히 나의 젊음을 먹고 크다니,

"억울하고 분하다!"

거나

"허망하고 슬프다!"

하는 감정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젊음을 집중해서 좀더 아름답게 건네주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으로 부모님을 떠올립니다.

그들의 주름살과 굽어버린 어깨를 봅니다.

 

그들이 나를 낳은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들의 전 생애를 통해 나를 존재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태어난 이후,

하루하루 몇십년을 조금씩 조금씩 목숨을 걸어가며,

나를 돌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 나같은 것을 위해 목숨을 걸었어?"

"왜 평생을 바보같이 내 등만 보고 살았어?"

 

라고 묻는다면,

이런말이 들려올것만 같습니다.

 

"너를 돌보는 것, 그것 밖에는 할줄 아는게 없었지."

"내 아기, 네가 내 삶의 유일한 의미이자, 행복이다."

 

 

그렇습니다.

 

부모는 평생을 두고 목숨을 걸고 키워야할 자식이 있기에,

함부로, 일시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습니다. 

 

오히려 술을 끊고,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해서 스스로를 지킵니다.

 

이렇게 적금을 붓듯 하루하루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의 모습은 

답답하고 바보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목숨을 걸지 않으면,

하루하루 누군가를 위해 조금씩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생기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삶,

나를 위한 힐링,

나를 위한 휴식,

나를 위한 행복추구는

반드시 허탈과 허무를 낳습니다.

 

제 아무리 물건을 사고,

여행을 가도 결국 남는 것은 

내가 조금더 나이들었다는 사실 뿐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고,

어떤 가치를 위해 꾸준히 헌신했을 때에만

비로소 의미가 발생하고, 

그 의미가 우리의 삶을 조금 덜 허무하게 만듭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타인을 위해 내 삶의 시간을 바쳤을 때,

우리는 좀더 가치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영원히 사는 존재가 아니고,

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네 부모님들,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어떤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

 

매일매일 목숨을 거는,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여러분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악수를 건넵니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한,

목숨을 걸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고마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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