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은 나날들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죽어도 좋은 나날들과

 

죽고 싶은 나날들이 있습니다.

 

 

죽고 싶은 나날들을 많이 겪은 사람들은 어른이 됩니다.

 

어른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저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남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굳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 저버릴 때,

 

나의 이기적인 행복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발로 차버리고 나서 뒤돌아 설 때

 

쉴 새 없이 나를 부정할 때,

 

내가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누구에게도 존중받지 못하는 하찮은 인간이라는 마음이 들 때,

 

 

우리는 죽고 싶어집니다.

 

스스로를 박살내고 싶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증오스러워 거울을 깨버리고 싶습니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납작하고, 얇고, 작은 나로써 세상을 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에 비로소 남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내가 되어야지만, 그제서야 남이 눈에 들어옵니다.

 

 

왜 저 사람은 웃고 있을까?

 

저 사람은 저렇게 좋은 차를 어떻게 샀을까?

 

저 둘은 뭐가 좋아서 저렇게 부둥켜안고 낄낄거릴까?

 

저 사람은 담배가 아니라 한숨을 피우는구나.

 

 

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처지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오는 것입니다.

 

500개의 불행을 견뎌내야만, 500번 비참함의 끝을 경험해야지 비로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고, 그제서야 비로소 우리는 어른이 됩니다.

 

2018 ein Begraebnis von altem Koenig 155x180

 

 

죽고 싶은 나날들을 많이 겪은 사람만이 그 다음 단계로

죽어도 좋은 나날들을 겪을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소중하고, 간절하고 위대한 것인지,

벼랑 끝에 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벼랑 끝에 서야만 비로소 죽음이라는 단어를 삶이라는 단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위험하고, 소중하고, 간절하고 위대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비운 사람들은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채워갈 수 있습니다.

 

완전히 비우고 나서야 우리는 죽어도 좋은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고,

천천히 자신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완연한 봄, 초록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이면 햇빛을 튕겨낼 때,

 

연인과 손을 잡고 산책을 할 때,

 

반찬을 한 젓가락 먹고 나서 “음, 이 집 반찬 맛있다.”라고 말할 때,

 

재즈의 선율이 순식간에 변주되면 마음을 찌릿하고 울릴 때,

 

여러 사람들과 함께 무대 위의 불빛에 열광하며 박수를 칠 때,

 

자전거에 올라 높은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다 볼 때,

 

반려동물을 쓰다듬으며 시선을 맞출 때,

 

보석 같은 책의 문장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을 때,

 

 

이런 소소한 행복으로 마음이 한가득 물들 때,

이런 행복의 순간에 완전히 몰입할 때,

 

우리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Sonnenuntergang Arcylic on canvas 2020

 

이런 죽어도 좋은 순간들,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

내 리듬이 되면,

 

그때는 세상의 어떤 목소리도 두렵지 않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쓰잘데기 없는 목소리를 튕겨내고, 오롯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박자박 걷게 됩니다.

 

죽고 싶은 나날들을 견디고,

죽어도 좋은 나날들을 쌓아가고 있으니,

 

스스로의 힘으로 죽음을 직시하고 삶을 견인하고 있으니,

그 어떤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상황이십니까?

 

500개의 고통을 견디며 스스로를 내려놓고 있으십니까?

아니면 500개의 행복을 쌓아가고 있으십니까?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과

오늘의 커피맛에 집중하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기쁜 소식을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의 이미지는 화가인 구독자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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