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 합(合) 기초 (2)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천간 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들어가며

지난 시간에 못한 이야기를 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사주명리의 이론 중 갑자기 난이도가 높아지는 부분이 바로 합과 충에 관한 부분입니다. 사주 이론을 설명하는 책들을 보면, 음양오행, 천간과 지지, 사주명식 뽑는 법 등에 대해 설명을 하고 바로 합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만세력으로 자신의 사주명식에서 나무가 몇개인지 쇠가 몇개인지 신살이 뭐가 있는지 보고, 즐거움을 느끼던 많은 분들이 이 합충 부분에 오면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개념 이해가 잘 안되어 중도에 포기하고 맙니다. 

 

나무가 갑자기 흙으로 변한다는데, 그 이론적 근거도 없을 뿐더러 출판매체의 특성상 충분한 예시가 제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하고 포기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특히 충은 부딪히는 것이라 좋지 않은 것이구나 하고 어느정도 머릿속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합과 합화의 경우 "그래서 어쩌라고.", "흙으로 변한다는 거야 안 변한다는 거야?", "편관이 인성으로 변한다고? 어떻게 해석하라는 거지?"하는 의문을 품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놓게 됩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일단 합의 종류를 외운 다음에 다음 진도로 넘어갑시다. 시간이 좀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치를 알게 될 것입니다."

 

정도의 말로 배우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처음에는 어려운 것이 합충인데, 합충이 왜 어려운지 잠깐 생각해 보고 가겠습니다.

 

 

가. 전혀 다른 것으로의 변화

 

뒤에서 다루겠지만 운명의 예측하기 위한 하나의 요인이 다른 요인과 만나면 자신의 성질을 버리고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한다는 것이 합화의 개념입니다. 

 

2곱하기 2는 4가 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 현대인의 사고방식입니다. 산출값이 결과값이 예측가능해야 이론의 정밀도가 높아지고, 배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얼마씩 적금을 하면 원금이 얼마고, 이자가 얼마가 붙어 만기일에 얼마를 받을 수 있다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야 돈을 입금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합과 충의 단계에 이르면, 합과 충에 의해서 투입과 산출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갑기합토" 라는 간단한 말 속에 엄청난 불확실성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의 공부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과적 성향이 강한 분들 입장에서는 합화의 개념은 일종의 말장난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2곱하기 2가 6이 된다고? 뭔소리야"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나.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사주 해석에 정답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네 인생에 답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합과 충의 단계에 이르면 해석의 다양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같은 사주명식이라고 하더라도 역술가에 따라 합충을 해석하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사주명식이 "사주명식 + 대운 + 연운(세운)"을 놓고 보면 5~6개의 합과 충이 서로 복잡하게 엇갈리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월운까지를 추가하면 정말 복잡다단한 충과합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이런 복잡한 형국에서 주변 간지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문파의 견해에 따라 합충에 대한 의견이 서로 엇갈립니다. 

 

하물며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본인 명식에서 난무하는 합과 충을 보고 시원한 해석을 기대했는데,

 

-갑목이 갑목이 아닐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갑목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갑목이 아니다.-는 구절을 보고 나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머리가 멍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포기하게 만든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요소가 바로 사주명리 이론의 매력이자 핵심입니다. 합충이 바로 사주명리의 하이라이트이자 진수인 것입니다.

 

때문에 합충의 이치를 이해하면 사주명리의 모든 것에 통달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합충이 왜 사주명리의 하이라이트인가에 대해 잠깐만 언급하고 가면,

 

합충에 의해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한다는 것은 다른 철학이 가지고 있지 못한 사주명리(동양철학)만의 독특한 특이점이자 장점입니다. 

 

합충의 이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한다. -마치 자연처럼- 그리고 그 변화는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시작된다. 

 

서양에서 20세기 후반에 대두되기 시작한 "관계성에 대한 논의", "상대주의적 관점"을 사주명리에서는 합충이론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물의 이면을 보고자 한 주역의 철학, 기운이 극에 달하면 다른 것으로 변하는 태극 사상, "도"를 서로 대립하는 존재들의 관계성으로 본 노자의 사상, 죽음 이후에도 인간은 관계맺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불교의 사후관으로 대표할 수 있는 동양의 사상을 사주명리의 합충 이론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동양철학은 관계성에 대한 논의를 이념적인(도덕적, 종교적, 통치적) 차원에서 끝냈었다면 사주명리는 이 관계성에 대한 철학을 인간 개개인의 삶을 파악하는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복잡하고 미묘한 우주의 질서를 합충이론이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합충의 미묘한 변화를 알면, 통달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합충의 미묘한 변화를 안다는 것은 간지 22자 사이의 복잡한 관계성을 완벽하게 파악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간지 22자는 우주의 기운을 변환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곧 우주의 이치를 꿰뚫은 사람이라는 말이 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고방식이고, 사주명리(동양철학)의 진수가 담겨있는 것이 합충 이론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이치를 단번에 꿰뚫으려고 서두르지 말고, 담담하게 천천히 접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섣부른 포기도 금물입니다. 일단 몇개만 외워놓고 천천히 생각하자는 마인드로 정진하시면 어느새 사주명식을 보는 눈이 높아져 있을 것입니다.

 

제가 할 일은 좀더 많은 도표와 친절한 설명으로 여러분의 이해를 돕는 일입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

 

바로 가시죠.

 

2. 천간합의 종류

아주 유명한 천간합의 공식입니다.

 

지난 시간에 설명한 이유에 의해 10개의 천간은 서로 짝이 있고, 그 짝을 만나면 오행의 기운을 만들어 냅니다. 

 

읽을 때는 아래와 같이 읽어야 합니다.

 

 

사주명리에서 천간합은 1+1=2 같은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공식이기 때문에 반드시 숙지하셔야 합니다. 

 

일단 외우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제 생각에는 처음부터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노트에 써 놓고 자주 들여다 보면 어느순간 외워지게 되어 있습니다. 

 

사주명리 공부는 자격증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외워서 풀어내려는 자세보다는 날마다 날마다 익혀서 몸에 베이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3. 합과 합화의 차이

이 차이를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위에서 한자를 잘 보시면, 합合과 화化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합合은 합친다는 말이고,

 

화化는 변한다는 말입니다.

 

위의 공식에는 갑기합화토-갑목과 기토가 만나서 토로 변한다.-라고 뭉뚱그려서 표현되어 있지만, 합合과 화化는 구분해서 알아둬야 합니다.

 

합合 = 갑목과 기토는 만나면 토의 기운을 뿜어낸다.

화化 = 갑목과 기토는 만나서 토로 변한다.

 

같은 개념 같지만 미묘하게 다릅니다.

 

뿜어낸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변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정임합화목"을 예로 들어, 합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합은 두개의 천간이 만났을 때, 해당하는 기운을 뿜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추가로 해당 기운을 뿜어내는 것입니다. 1+1의 느낌입니다.

 

그림에서 정임합목을 예로 들었으니,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갑목과 기토가 만나면 토 기운을 뿜어냅니다.

 

갑목은 갑목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토 기운을 추가로 뿜어냅니다. 그리고 기토는 이미 기토이기 때문에 그대로 기토(토)의 성질을 유지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병화와 신금이 만나면 수 기운을 뿜어냅니다.

 

병화는 병화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우에 따라 수 기운을 추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금은 신금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수 기운을 뿜어냅니다. 

 

 

합은 어떤 조건이 되었을 때, 해당 기운을 추가로 뿜어낸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합이 잘 되었다면, 기본적으로 추가 기운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반면,

 

화化는 완전히 다른 성분으로 변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합이 되었을 때 자신의 성질을 유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화化가 되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것이 됩니다.

 

천간은 순수한 하늘(우주)의 기운이기 때문에 양보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기운을 뿜어냅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성질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합은 되지만 화는 되지 않습니다. 갑기합토의 예를 들면, 갑기합은 이루어지지만, 갑목이 토로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 간지의 상황이 정말 독특할 때, 천간은 주변의 기운에 동화되기 위해 화化해 버립니다. 

 

위의 예시처럼 주변이 목木으로 가득차 있을 때, 정화와 임수는 자신의 성질을 버리고 목木으로 변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4. 나가며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여러가지 궁금증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실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1.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합이 되고 화가 되는가?

2. 합은 무조건 이루어지나? 합이 되는 조건이 있는가?

 

에 대해 여러가지 사주명식을 예로 들면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