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묘화실의 직관적 이해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오늘은 근묘화실의 직관적 이해라는 주제로 말씀을 올려보겠습니다.

 

근묘화실의 이론에 대해서는 나중에 차분히 다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천간충의 이론 정리작업을 하는 도중 근묘화실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뜬금없이,

 

근묘화실의 직관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근묘화실 이론은 연월일시의 관계성에 대한 이론입니다.

 

"계사년, 갑인월, 임인일, 경자시"라는 사주가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간지로 보면,

 

"계사, 갑인, 임인, 경자"가 있습니다.

 

이 네 개의 간지가 서로 조합을 이뤄 한 사람의 사주원국을 구성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 네 개의 가지가 모두 동등한 조건, 동등한 자격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결합할 수 있는 네 개의 간지의 특성을 식물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가장 큰 범위의 연은 - 뿌리가 된다고 하여 뿌리 근(根)
연보다 1/12가 작은 범위의 월은 - 싹이 된다고 하여 새싹 묘(苗)
월보다 1/30이 작은 범위의 일은 - 꽃이 된다고 하여 꽃 화(花)
일보다 1/12가 작은 범위의 시는 - 열매가 딘다고 하여 열매 실(實)

 

뿌리부터 열매까지, 

근묘화실이라는 용어를 통해, 간지들의 특성에 대해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연주는 사주를 떠받치는 근원이 되기 때문에 뿌리 근이 어울리고,

일주는 한 사람의 특성을 가장 명백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꽃 화가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이 근묘화실의 비유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마치 연월일시의 기운이 서로 동떨어져서 작용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근묘화실의 이론은 하나의 비유일 뿐, 실제로

 

간지는 서로 동떨어져서 작용하지 않습니다.

 

반죽에 비유하자면,

 

양푼에 밀가루를 넣고, 물을 넣고, 설탕을 넗고, 소금을 넣습니다.

 

그리고 반죽을 만듭니다.

 

물론 네 가지 재료가 들어갔지만,

반죽의 결과 네 가지 재료는 하나의 반죽이 되었습니다.

 

반죽이 된 이상, 따로 분리하는 것이 분리하고,

하나하나가 각기 각개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반죽 안에서만 의미를 갖습니다.

 

반죽을 한 이후에 따로, 물을 분리할 수도, 설탕을 분리해 낼 수도 없습니다.

 

편의상, 일주론, 혹은 띠별로 사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네 개의 간지, 여덟 개의 글자가 서로 복잡하게 융합하여 화학작용을 합니다. 우리는 분석을 하기 위해 억지로 분리해 내지만, 실제로는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부여된 기운을 분석하는 사주간명의 작업은

인간이 무지개의 색깔을 구분하고, 그것을 명명하고 따라 그리고 분석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나눌 수 없는 본질을 인간의 시각과 관점, 기준으로 나누고 명명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사주 간명 자체가 오류를 안고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지개의 색에 이름을 부여하는 순간 우리는 무지개의 본질과 멀어집니다.)

 

네 개의 간지가 서로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은 사실, 만세력에 그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시죠.

 

 

만세력을 보면, 선으로 연월일시가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부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간지가 서로 구분되어 있고, 각각이 마치 고유한 의미를 지니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거리상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위의 그림에서 보면, 계수와 경금의 거리가 물리적으로 상당히 먼 것처럼 느껴집니다.

2칸이 떨어져 있으니 그렇게 보입니다.

 

실제 간명을 하거나, 표현을 할 때는 "거리가 멀어서"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지만,

 

사주를 공부하시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물리적 거리로 이해를 하면 안되고, 간지와 간지끼리는 서로 겹쳐있고, 주기적으로만 차이를 갖는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표에서 임인은 하루를 주기로 하는 간지이고,

갑인은 한달을 주기로 하는 간지입니다.

 

진폭의 차이가 있을 뿐, 실상 물리적인 거리는 같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예전에도 그린 그림이 있는데,

다시 한번 그려보면 다음과 같은 느낌입니다.

 

 

춤추는 여자는 임인 위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계사라는 폭넓은 바탕 위에 있다는 것을 위의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위의 그림으로 표현해도, 계사와 갑인, 임인이 서로 동떨어진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다시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의 기운은 그 주기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폭넓고 은은하게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해에 태어난 토끼띠가 모두 같은 운명을 가지지 않는 것은 그 기운이 은은하고 넓은 바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월의 기운은 연의 기운보다 그 주기가 12배가 작은 기운입니다. 그만큼 더 강하고 직접적으로 인간의 삶에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갑인이라는 월의 기운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계사라는 연의 기운과 겹쳐져서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일의 기운은 월의 기운보다 무려 30배가 작은 주기의 기운입니다. 아주 집요하고 직접적인 기운으로 인간의 평생의 성격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 겹쳐서 작용합니다.

 

 

저는 시의 기운을 표현양식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의 기운은 일의 기운보다 12배가 작은 주기의 기운인데, 그 주기가 작기 때문에 영향력은 정말 강하지만, 순간순간 발현이 되기 때문에 잘 포착되지 않습니다. 

 

벌의 비행 궤적이 인간의 눈에 잘 포착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너무 빨라서 느낄 수가 없는 것이죠.

 

 

이 그림의 핵심은 춤추는 여자가 한꺼번에 모두를 밝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반죽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기운의 조합이 한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근묘화실 이론이나, 만세력의 구성처럼 단계적, 물리적으로 구분해서 간지를 살피면 하나하나 떼어내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사주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네 개의 간지가 실상 하나로 똘똘 뭉쳐서 화학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뗄레야 뗄 수 없는 반죽과 같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체 반죽이 가지는 총량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1+1+1+1=4 가 아니라, 네 개의 간지가 만나서 생성해내는 특별한 의미에 대해 늘 고민하는 자세를 갖춰야만 합니다.

 

갑인의 주기 위에 얹어진 임인은 어떤 의미인지,

계사라는 기호가 다른 간지들을 어떤 기운으로 끌고 가는지,

 

파악해내는 작업이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만세력을 통해 왼쪽 오른쪽의 물리적 기호와 거리에 익숙해져 있지만,

모든 간지는 사실 겹쳐져 있고, 동시다발적으로 힘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는 항상 염두해 둬야 하겠습니다.

 

만세력의 물리적, 구조적 틀에서 한발 벗어나면,

좀더 전체적인 시야에서 사주를 조망할 수 있게 됩니다. 

 

한발 멀어지니 전체적인 틀이 보이는 것입니다.

 

오늘은 근묘화실의 직관적 이해라는 주제로 말씀을 드려보았습니다.

 

만세력의 도형적인 구조,

근묘화실 이론의 비유는

 

실상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칸 떨어져 있다, 두칸 떨어져 있다고 하는 수사학적 표현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본질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

 

저 스스로를 일깨워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