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합(暗合)이란?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오늘은 합 중에서 암합(暗合)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천간합과 지지합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암합은 "천간과 지지 사이에서 작용하는 암합"이 있고, "지지와 지지 사이에서 작용하는 암합"이 있습니다.

 

또한 암합은 사실 천간합의 응용 버전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천간합의 연장선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은밀한 합이라고 하는 이 암합에 대해 천천히 알아보겠습니다.

 

1. 암합과 지장간

암합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지장간이라는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안녕, 사주명리"에서는 아직 지장간에 대해 심층적으로 소개하지는 않았는데, 지장간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지지가 결국은 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한 개념입니다.

 

지장간의 개념에서 거슬러 올라가보면,

결국 우주의 기운은 "음양", "오행"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오행'을 '음양'으로 나눈 것이 바로 천간이라는 개념입니다. (사실 천간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음양오행에 이름을 붙인 것인 뿐입니다.)

 

甲(갑목)은 오행 목木의 양의 발현

乙(을목)은 오행 목木의 음의 실현

 

이렇게 나눌 수 있죠. (양은 발산의 덕목이 있기 때문에 "발현"이라는 단어를, 음은 내실의 덕목이 있기 때문에 "실현"이라는 단어를 써 봤습니다.)

 

나머지 8개의 천간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행을 음양으로 나눈 것이 바로 천간입니다. 거기에 "갑,을,병,정," 하는 식으로 이름만 붙여 놨을 뿐이죠.

 

음양과 오행만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10개의 천간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바로 지장간의 개념입니다.

 

 

음양오행이 순수하게 우주의 기운으로 머물러 있을 때는 천간이라는 개념으로 그것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지상의 환경은 너무나 다양하고, 지구환경과 기후적 요건과 연결됩니다.

 

즉, 지상의 환경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개념의 변주가 필요하고 그 변주를 통해 지상의 기운을 표현한 것이 바로 "지지"입니다.

 

어떻게 변주했느냐,

 

음양오행의 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변주가 일어나게 되는데,

 

하나의 지지는 다양한 천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바로 변주의 방식입니다.

 

 

천간은 하나의 단일하고 순수한 기운인데 반해

 

지지는 여러 개의 천간이 모여서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파악한 것입니다.

 

 

子(자수)를 예로 들어보면,

 

子(자수) 안에는 壬(임수)와 癸(계수)가 들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상으로 내려온 壬(임수)와 癸(계수)가 서로 섞이고 뭉쳐서 子(자수)라는 기운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를 정리해보면,

 

"子(자수)는 壬(임수)와 癸(계수)가 한데 뭉친 기운이다."

"子(자수)는 壬(임수)와 癸(계수)로 이루어져 있다."

"子(자수) 안에는 壬(임수)와 癸(계수)가 숨어있다."

 

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 바로 

 

지장간"地藏干" -지지 안에 담겨 있는 천간, 지지 안에 숨겨진 천간-

 

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천간'과 '지지의 지장간'까지 확장되면서 음양 오행이라는 틀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음양 오행이라는 기본 값에 이름 부여하고, - 천간

음양 오행을 상황에 맞게 모아놓았을, - 지지의 지장간

 

뿐입니다.

 

음양오행이라는 기본값은 흔들리지 않은 채, 우주 만물의 이치에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기본 체계를 바탕으로 세상의 많은 이치를 설명하는 것"

 

을 뭐라고 부르는 지 아십니까?

 

그것을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사상의 틀이죠.

 

그래서 사주명리(음양오행)를 동양철학이라고 부르고, 여기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철학관이라고 간판을 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지지에는 여러 천간이 모여있는데,

 

아주 재밌는 것은 

 

이들의 지분이 꼭 1:1, 50:50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子(자수)를 예로 들어보면,

 

子(자수)는 壬(임수)와 癸(계수)로 이뤄져 있는데, 그들의 지분이 

 

1 : 2 입니다.

 

壬(임수)가 1

癸(계수)가 2

입니다.

 

퍼센트로 따지면 壬(임수)가 33.3333% 癸(계수)가 66.6666% 입니다.

 

지장간들이 동등한 지분을 가진 지지는 없고, 

모든 지지는 대표 지장간이 있습니다.

 

子(자수)의 경우는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큰 癸(계수)가 대표가 되는 것입니다.

 

癸(계수)처럼 대표 지장간을 정기(혹은 본기)라고 부릅니다.

 

아무래도 하나의 지지는 대표 지장간인 정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지는 대표 지장간의 오행으로 표현합니다.

 

寅(인목)의 경우,

 

지장간이 무, 병, 갑으로 이뤄져 있는데,

 

甲(갑목)이 정기입니다. 

 

寅(인목) 안에는 여러 오행이 섞여 있지만, 寅(인목)을 오행 목木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정기가 甲(갑목)이기 때문이죠.

 

여기까지 지장간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았습니다

 

파고들면 지장간은 참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숨어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다룰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지장간 탐구"라는 주제로 지장간을 잘근잘근 풀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암합을 하면서 지장간을 다루는 이유는,

 

바로 암합이 지장간에서 이뤄지는 합이기 때문입니다.

 

암합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지장간은 지지 안에 숨겨진 천간의 기운인데, 숨겨진 천간끼리 합을 하는 것이니,

암합(어둠의 합, 은밀한 합)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압합은 지장간 중에서도

정기가 관여하는 합을 말합니다. 

 

정기가 아닌 나머지 요소는 암합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즉, 지지의 지장간 정기가 관여하여 합을 이루는 것을 암합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암합은 지지 자체를 뭉뚱그려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지의 지장간의 요소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천간합을 반복하는 것에 불가합니다. 지장간 자체가 천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서두에 암합이라고 하는 것은 천간합의 연장선상에 불가하다고 말씀을 올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암합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암합은

 

"천간과 지지 사이의 암합"과

"지지와 지지 사이의 암합"

 

이 있습니다.

 

2. 천간과 지지 사이의 암합

천간과 지지 사이의 암합은 그 종류가 4개가 있습니다.

 

정해(丁亥)합,

무자(戊子)합,

신사(辛巳)합,

임오(壬午)합

 

입니다. 

 

정해합을 예로 들어보면,

 

"丁(정화)"와 亥(해수)의 지장간의 정기인 "壬(임수)" 사이에서 합이 일어납니다. 

 

즉 천간합인 정임합이 천간 정화와 해수의 지장간의 정기인 임수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천간과 지지 사이의 암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천간과 지지가 원래는 관계 맺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

 

원래 천간과 지지는 서로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천간은 하늘의 영역,

지지는 땅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비유는 좀 그렇지만 신이 인간과 관계 맺지 않는 것과도 같습니다.

 

천간은 천간끼리만 합충을 하고,

지지는 지지끼리만 합충의 관계를 맺습니다.

 

그런데 어떤 천간들은 지지와 몰래몰래 합을 합니다. 천상에서 쫓겨나 지상으로 내려간 자신의 짝과 몰래 내통하는 것입니다. 

 

壬(임수)를 예로 들면,

 

壬(임수)는 자신의 짝인 丁(정화)를 찾아 헤매지만 천상에는 짝이 없습니다. - 천간에 짝에 해당하는 丁(정화)가 없음.

 

그런데 지상을 보니,

천상에서 쫓겨난 丁(정화)가 지상에서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잘 내고 있습니다. - 지장간의 정기에 해당함.

 

壬(임수)는 丁(정화)를 몰래 불러서 합을 합니다.

 

천상에서와 달리 丁(정화) 옆에는 다른 녀석들이 꼭 붙어 있기 때문에 丁(정화)와만 슬그머니 몰래 합을 합니다. 사랑의 오작교가 천상과 지상 사이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천상과 지상 사이의 금기를 뛰어넘어 몰래 하는 사랑이기 때문에 (현역 신과, 추방된 신과의 사랑)

암합이라는 이름은 천간과 지지 사이의 암합에 더욱 잘 어울립니다.

 

3. 지지와 지지 사이의 암합

천간과 지지 사이에도 암합이 있지만, 

지지와 지지 사이에도 암합이 존재합니다. 

 

암합에는 지장간의 정기만 작용하기 때문에 천간합을 정기에 적용해 보면, 지지 암합을 알 수 있습니다. 

 

지지 암합의 종류는 모두 5개 입니다.

 

자술(子戌)합,

축인(丑寅)합,

묘신(卯申)합,

인미(寅未)합,

오해(午亥)합

 

입니다.

 

자술합을 예로 들어보면,

 

子(자수)의 정기인 癸(계수)와 戌(술토)의 정기인 戊(무토)가 합을 합니다. 

 

즉 천간합인 무계합이 子(자수)의 정기인 癸(계수)와 戌(술토)의 정기인 戊(무토)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지와 지지 사이에서의 암합은 위의 다섯 가지 경우입니다.

 

원래 지장간 정기끼리의 천간합을 고려하면,

 

子(자수)와 辰(진토)의 합과 <癸(계수)의 戊(무토)의 무계합>

巳(사화)와 酉(유금)의 합도 <丙(병화)와 辛(신금)의 병신합>

 

도 암합에 포함해야 할 것 같지만,

 

子(자수)와 辰(진토)는 신자진 삼합의 카테고리에 묶입니다. 삼합의 종류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암합의 종류로 포함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암합이 아니라 명합인 것이죠.

 

巳(사화)와 酉(유금)의 합도 마찬가지 입니다.

 

巳(사화)와 酉(유금)도 사유축 삼합의 카테고리에 묶여서 명합이 되므로, 암합으로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천간과 지지 사이의 암합에서는 

맺어져서는 안 될 사이끼리 몰래 합을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반면,

 

지지와 지지 사이의 암합에서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가운데, 그 와중에 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쟁통에 사랑을 나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잊었어? 우리 하늘에 있을 때 연인이었잖아!" 정도가 될 수 있겠습니다.

 

4. 암합의 적용 

실제로 암합은 이론적으로는 전해지고 있지만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합입니다. 대다수의 만세력 어플리케이션에서도 암합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현장에서 간명이 이뤄질 때도 암합까지 다루는 것은 아주 특이한 경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합과 충만 고려해도 적용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합과 충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키는 것도 제대로 풀이하고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암합까지 추가한다면, 현실적으로 해석하는데 큰 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 정말 많아, 천천히 하나둘 따져가며 살핀다면 모를까 암합까지 적용하려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집니다. 사주원국에 대운과 연운의 합과 충을 따지고, 거기에 암합까지 추가하여 따질 수 있고, 암합의 작용을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합과 충은 여러개가 겹치면 그 작용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암합이 제대로 살아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주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게다가 현실에서 드러난 어떤 작용(이혼이나 승진, 실직, 죽음 등)이 과연 암합 때문인가를 따지는 것도 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법칙을 적용하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이 문제는 모든 상담가들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15세에도 암합이 적용되고, 27세에도 암합이 적용되고, 39세에도 암합이 적용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15세, 27세, 39세에 모두 암합의 작용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암합의 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39세에 일어난 어떤 나쁜 일, 이를테면 친구의 배신이 암합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27세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거라고 단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삶에 강력하게 일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면, 쉽사리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암합이 그렇고, 그 허다한 신살들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자기 자신의 사주를 볼 때는,

암합에 대해 한번 따져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간도 많고, 평생을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암합의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암합을 적용할 때는,

 

1. 암합은 말 그대로 몰래하는 어두운 합이기 때문에 당연히 합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2. 천간과 지지 사이의 암합이나, 지지와 지지 사이의 암합 모두 위치가 가까웠을 때에만 암합이 적용됩니다.

천간과 지지 사이의 암합은 천간의 바로 밑, 너그럽게 보자면, 옆의 지지까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지지와 지지 사이의 암합은 지지끼리 서로 붙어있는 경우에만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3. 사주원국에서의 암합보다 운에서의 암합이 훨씬 더 작용력이 큽니다. 천간합에서 언급했듯이 운으로 다가오는 기운을 반응이 즉각적이고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5. 암합의 해석

암합의 한자 뜻을 풀이해보면,

 

"모르게 합을 한다."

 

입니다.

 

남 모르게 하는 합이니, 암합은 예로부터 남녀간의 간통과 관련된 쪽으로 많이 해석되었습니다. 

 

남자의 경우

겁재가 재성과 암합을 하면, (겁재는 내 경쟁자를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경쟁자가 내 아내와 몰래 합을 의미로 해석하여, 아내가 도망갈 팔자를 타고 났다고 보기도 하였고,

 

여자의 경우

겁재가 관성과 암합을 하면,

경쟁자가 내 남편과 몰래 합을 하는 것이므로, 남편이 바람 필 팔자로 보기도 하였습니다.

 

십신 중 어느쪽에 적용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암합의 경우 남녀관계의 인자로 보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다른 십신으로 적용해 보면,

 

"식상과 관성이 암합을 한다."

"재성과 인성이 암합을 한다."

 

등으로 적용을 할 수 있지만,

큰 의미를 찾기가 어렵고, 재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겁재와 관련된 암합은 내 것을 몰래 빼앗아가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자극적이기도 하고, 쉽게 의미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널리 쓰였던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내가 쓸 수 있는 무기가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암합까지 동원하여 사주를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사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나 지인의 사주에 암합이 선명하게 존재한다면(충합이 되지 않고, 암합만 깨끗한 경우),

한번 의미를 부여해 보려고 노력해 보는 것으로, 암합 공부는 마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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