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 오행의 시각으로 본 헤어질 결심
- 사주명리학/생활 속 사주명리
- 2022. 7. 25.
안녕하세요.
"안녕, 사주명리"의 현묘입니다.
<이 문서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멜로 영화이지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라는 여주인공 서래(탕웨이 분)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완고한 도덕관념을 뒤흔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한 동시에,
음양 오행의 조화와 이치를 잘 드러내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다시 한번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오랜만에 극장에 방문하셔서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음양오행의 관점으로 본 헤어질 결심, 함께 가시죠.
1. 음, 양의 대립
영화는
산과 바다,
부산과 이포,
1막과 2막의 대립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1막은
부산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주로 구소산, 건물의 옥상에서 극적인 사건이 펼쳐집니다.
또한 남주인공 해준(박해일 분)과 남자형사 수완(고경표 분)이 중심을 이루죠.
2막은
이포라는 안개가 유명한 바닷가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주로 바닷가(펜션 수영장, 자라 양식장)에서 극적인 사건이 펼쳐집니다.
또한 여주인공 서래의 감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또한 2막에서는 여자형사 연수(김신영 분)가 등장합니다.
1막과 2막을 이루는 요소들을 잘 살펴보면,
1막과 2막이 시간의 전후로 설정된 것이 아니라,
음양의 대립이라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1막은 수직적이고 폭력적이고 남성적인 양적인 서사의 시간이며,
2막은 수평적이고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음적인 서정의 시간인 것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산(도시)(+)과 바다(시골, 안개)(-)로 구분된 것,
부하 형사가 남자형사(+)와 여자형사(-)로 나뉜 것,
1부에서는 해준의 감정(+)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2부에서는 서래의 감정(-)을 중심으로 사건이 흘러간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양의 시간와 음의 시간을 구분하여, 극적인 효과를 빚어내기 위한 감독의 의도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1부가 관객의 귀를 찢는 총소리로 시작되며,(형사들의 사격연습)
2부가 석류를 까는 부부의 다정한 대화로 시작된다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총소리<전쟁과 폭력>로 양의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석류<여성성>를 까는 장면으로 음의 시간이 펼쳐졌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또한
총소리가 암시하는 아주 극단적인 폭력성에서 출발한 영화는
파도소리로 표상되는 처연한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며 끝납니다.
양에서 출발하여, 음으로 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강하게 치솟아 올랐지만 결국 자신의 내면으로 향해가는 인간의 여정,
음과 양의 여정을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甲(갑목)-총소리, 도전, 행동-이라는 강한 추동성에서 출발한 영화는
癸(계수)-바다, 감정, 공감, 슬픔-라는 부드럽고 섬세한 인간의 감정에서 끝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히치콕과 관성 그리고 아이스크림
이 영화에서 히치콕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1부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의 1부는 시선과 그 시선에 노출된 존재의 나약함을 다룹니다.
재밌는 것은 촬영 카메라 자체가 하나의 폭력적인 시선이라는 점입니다. 영화 속 인물은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에도 노출되어 있지만 카메라(관객)에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즉 관객 모두가 배우에게 하나의 공포의 시선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히치콕 영화의 연출방법이기도 한데, 이를 통해 히치콕은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드러냈습니다.
헤어질 결심 1부에서도 시선의 공포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서래를 관찰하는
형사들의 눈빛,
취조실의 유리창
해준의 차 유리창
해준의 망원경
CCTV
그리고 카메라 너머에 존재하는 수백만의 관객들의 시선은
압박감이자 공포입니다.
사주명리의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일간을 압박하는 관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입국과정에서부터,
폭력적인 남편1, 2에 이르기까지,
서래가 당하는 남성성의 폭력은 관성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극 중 서래는 관성(시선과 폭력)의 압박에 여과없이 노출된 여성상인 것입니다.
서래가 남성성의 폭력과 시선의 공포로부터 주눅이 들었다면 영화는 빛을 잃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서래는 그 폭력에 맞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감시하던 남자를 사랑하고,
그녀를 감시하던 남자의 차에 다가가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저녁마다 밥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습니다.
남성성의 폭력을,
양기의 억압을
자신의 방식으로 승화하며 극복하는 것입니다.
주체적인 방식으로 꼿꼿하게 서서 말이죠.
서래의 느긋하면서도 꼿꼿한 대응은 영화의 결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서래는 스스로를 연민하지 않고, 사랑을 구걸하지 않으며,
꼿꼿하게 바다 한 가운데로 나아갑니다.
단일하게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입니다.
3. 해준의 불면증과 안약, 그리고 안개와 바다
불면증 역시 음양오행의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부의 공간, 남성의 영역, 양의 서사에서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해준입니다.
해준은 불면증을 안고 있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기 때문인지 항상 눈이 뻑뻑하며, 수시로 안약을 넣습니다. 해준은 정리강박과 업무와 성과에 대한 압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 중독자 이기도 합니다.
이런 해준은 음양오행적으로 보자면,
양적인 에너지에 극단적으로 도취된 인간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행으로 보면,
목, 화의 힘이 강한 전형적인 성취지향의 인간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적인 힘이 강하기에 음기가 취약할 수 밖에 없으니 음의 시간에 휴식을 취할 수 없습니다.
잠, 여유, 휴식을 온전히 만끽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잠은 오행 수와 깊이 관련이 있습니다.
목화의 기운이 많으니, 수기운이 고갈되어 잠을 잘 수가 없고, 늘 조급함을 안고 살아갑니다. 너무 강한 화기운은 눈에 문제를 일으켜서 늘 뻑뻑함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안약(수기운)을 충전해 줘야 합니다.
해준이 수완과 다른점은,
해준은 극단으로 치달은 양기에 시달리면서도 간절하게 음기(수기운)를 갈망한다는 점입니다.
해준이 폭력적인 취조를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용의자와 싸울때도 방어적인 무기(사슬장갑)를 사용하고,
요리를 취미로 하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준이 안약을 넣는 장면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해준이 얼마나 수기운(음기)를 열망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해준이 서래를 찾으러 바닷가에 당도했을 때도 안약을 넣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하나의 복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래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해준에게는 서래가 음기이며, 수기운입니다. (잠을 건전지처럼 꺼내주고 싶다는 서래의 대사를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서래는 수기운 그 자체입니다.)
해준은 서래가 있어야만 잠을 잘 수 있으며, 그녀가 있어야만 평정을 유지할 수 있고, 음양의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안약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녀를 영원히 만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부의 중심인물 해준에게
서래,
2부의 배경이 되는 이포,
안개
는 모두 수기운에 해당하며, 해준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입니다.
즉 영화의 2부는 수기운을 찾기 위한 해준의 여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극단의 양기에 시달리는 해준은 수기운을 찾지 못합니다.
구원에 공간에 가서 (이포)
구원의 사람을 만났지만 (서래)
구원받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은,
해준이
남편으로써의 정절과
가장으로써의 체면
엘리트 경찰로써의 자부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양기로써 이룩한 성(바닷가에 꽂혀있던 대나무 막대기)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서래는 모든 기준과 가치, 선입견을 과감하게 넘나듭니다.
마치 모래처럼, 안개처럼, 파도처럼,
그녀는 넘나들고, 조롱하고, 비웃습니다.
그녀가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꼿꼿하기 때문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래 앞에서 우뚝 서 있는 대나무 막대기는 내던져버리면 그만인 것입니다.
4. 왜 김신영인가?
감독이 유독 김신영의 연기를 극찬한 이유가 있습니다.
김신영과 고경표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영화의 결말의 개연성을 더해주는 의미에서 김신영이 연기한 연수는 아주 중요한 캐릭터 입니다.
남성성의 공간인 1부의 부하형사 수완은 폭력적이고 순응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관성의 질서, 양기의 질서, 남성의 질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용의자를 쫓다가 수완이 먼저 지쳐서 계단에 널부러지는 설정도, 남성성의 한계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수완이 지치는 장면은 겉으로는 화려하고 초반에는 강하게 기세를 드러내지만 기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양기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면 음기를 지향하는 해준은 달리기에 어울리지 않은 자세이지만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용의자를 추적합니다. 폼은 나지 않지만 실속을 차리면서 끝까지 기세를 유지하는 음기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여성성의 공간인 2부의 부하형사 연수는 주체적인 여성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니 담당해야 합니다.
2부가 여성이 주인공인 서사이기 때문에 여성성이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실제 극 중 연수는 주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준에게 질문을 던지고, 살인범이 오버를 하자 욕을 하면서 살인범의 기세를 제압합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쫄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선을 넘는 상대를 과감하게 응징하는 것은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고의 수단입니다. )
연수가 부드럽지만, 강한 심지와 주체성을 가진 형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연수가 이 역할을 해 낸다면, 서래의 자살이 개연성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연수의 주체성은 서래가 자살로 향할 수 있게 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합니다.
결국 서래의 자살은 도피와 좌절 피신과 패배가 아닌 승리의 쟁취이자 주체적인 사랑의 실현입니다.
해준이 음의 영역으로 단일하게 넘어오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하자,
서래는 미결사건으로 남아서라도 해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자살을 결행합니다.
의연하고 꿋꿋하게 양기의 폭력 앞에 버텨왔지만,
결국 서래는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했습니다.
서래의 행복은 TV속에서, 아이스크림 속에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 속에서만
즉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 속에서만 존재했습니다.
자신의 행복의 근거를 확인한 서래는 결국
손에 잡히지 않는 미결사건이 되어
연인의 사진 속에서 영원히 살아남기 위해
완전한 허상의 세계인 안개와 파도, 모래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본인의 방식대로 꿋꿋하게
의연하게 파도를 맞이합니다.
서래의 죽음이 신파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의 주체성과 강인함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고, 배우 김신영이 전혀 티나지 않게 주체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영화는 균형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서래의 죽음이 슬프면서도 구차하지 않기 위해,
애잔하지만 서글프지 않게 만들기 위해
김신영 배우가 최고의 연기를 펼친 것입니다.
5. 나가며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써보았습니다.
음을 지향하는 양의 노력과
양의 침탈에 자신을 꿋꿋이 지키려는 음의 투지가 엿보인 영화였습니다.
여러분은 어찌 보셨나요?
혹시 영화에 관해, 음양오행과 관련하여 느끼신 점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영화가 끝난 순간 영화를 향한 우리의 사랑이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마침내.